"학생부 기재 축소해야" vs "다 빼면 평가 못해"

현장전문가·일반시민 1차 열린토론회 개최
"학생부, '기록을 위한 기록' 변질…항목 축소"
"평가항목 줄이면 대입 영향 미쳐…개선 필요"
  • 등록 2018-06-15 오후 5:46:24

    수정 2018-06-15 오후 5:46:24

15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시청한화센터에서 열린 학생부 신뢰도 재고방안 마련을 위한 열린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부모의 재력이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영향을 미치는 수상경력이나 자율동아리, 봉사활동 등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항목은 삭제하는 게 맞다. 지금은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되고 있어 학생들이나 교사들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금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문제가 있다고 항목을 모두 삭제하면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게 된다. 수상경력 등을 삭제할 경우에는 대학에서 평가하는 영역을 줄여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한화센터에서 열린 ‘학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해 열린 현장전문가·일반시민 1차 열린토론회(열린토론회)’에서는 학생부 기재 축소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다. 학생들이 ‘기록을 위한 기록’에 매달려 학생부 기재 항목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기재 항목을 줄일 경우 대학 입시를 위한 평가가 어려워진다는 목소리로 나뉘었다. 이날 열린토론회에서도 학생부 개선 논의에서 그간 반복된 양반된 입장이 이어졌다.

지난 4월 교육부는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소논문·자율동아리 등 기재 항목을 없애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 시안을 공개했다. 시안에 따르면 소논문 활동에서 수업 중 지도가 가능한 과목(△수학과제 탐구 △융합과학 탐구 △사회과제 연구 △과학과제 연구 △사회과제 연구)을 지정, 이 과목에 한해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고3·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생부 항목에 포함된 소논문 작성은 명문 일반고나 특수목적고에서는 관련 과목을 만들어서 기록하겠지만 일반고에서는 해당 과목을 만들기도 어렵다”며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학교나 교사 간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학생부가 불공정하게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장은채 아수나로 대표는 “학생부에서 학교는 학생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부와 입시가 관련되는 순간 학생의 생활을 담지 못한다. 학생 생활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학생부에 맞춰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1~3학년때까지 똑같은 진로희망을 써야만 일관성있어 보여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러나 학생이 장래희망 없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로도 바뀔 수 있다”며 “학생부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선 특히 ‘수상경력’ 학생부 항목 포함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연간 50회 이상의 대회를 실시하는 학교가 부지기수”라며 “매주 시상을 위한 대회가 만들어져 학생·학부모·교사의 부담이 크고 사교육 유발 가능성도 높다”며 수상경력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혜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위원은 “주된 사교육 유발 요인은 내신이고, 수상경력 폐지는 사교육 감소효과가 없다”며 “수상기록 폐지는 오히려 학종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책숙려제 1호 안건으로 학생부 개선을 지정했다. 운영은 국민 중 100명 내외를 무작위로 추출해 구성한 시민정책참여단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학생부 개선 권고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제출하게 된다. 시민정책참여단은 △학생(중3∼고2학년) △초·중등 학부모 △교원 △대학 관계자 △일반 국민 각각 20명으로 구성한다.

이날 열린토론회에서는 시민정책참여단 구성을 두고도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경우에 왜 포함됐는지, 20명을 정한 기준은 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인원별·지역별 배분을 했다고 하지만 시민정책참여단 100명이 전문적 지식도 없는데 이들에게 결정을 맏길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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