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로서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치른 이창용 총재에 대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평가다. 이날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첫 금통위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75%로 결정했다. 연간 소비자물가가 올해와 내년 각각 4.5%, 2.9%로 각각 지난 2월 전망치(3.1%, 2.0%)보다 1.4%포인트, 0.9%포인트 올리면서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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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대응 의지에 대한 발언 수위도 훨씬 높아졌다. ‘물가를 우선 두고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의 질의응답 답변에서만 `물가`란 단어를 50번이나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이 끝난 다음에도 “성장 둔화보단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게 예상돼 선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재차 확인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 총재가 물가에 초점을 두고 정책 대응을 하겠다고 말한 시점을 기점으로 국고채 10년 선물이 장중 100틱 가까이 빠지는 등 시장 영향력도 컸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전임 총재 등 정통 한은맨들과 비교했을 때는 확실히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란 평가다.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언급 논란에 대해서도 인정하면서 “그 발언으로 이슈를 많이 일으켰는데 금통위 의장으로 발언을 조심해야겠다고 느꼈다”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 원론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금리 인상이 물가를 어떻게 낮추는지, 경기에 주는 영향은 어떤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확실한 메시지를 주며 경제학자로서의 면모도 나타났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에 대한 질문에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현재 추정하기로는 0.25%포인트 올릴 때마다 2년에 걸쳐 물가를 0.1%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기대 심리 등에 주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 다섯 차례 올렸다고 보면 물가를 0.5%포인트 낮추는 것이니 절대 적은 영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문홍철 연구원 역시 “중앙은행 총재들은 기준금리 결정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여러 지표를 동시에 본다는 식의 정해진 답을 말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총재의 경우엔 확실히 물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사이다 마시는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한 전망이 워낙 높은 만큼 이 총재가 매파적인 성향을 드러냈지만, 물가 정점이 확인될 올해 연말께부터는 다시 경기에 대한 언급도 늘리면서 매파적 발언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문 연구원은 “이 총재의 성향은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전월 대비 물가가 하락하는 그림을 나타낼 올해 9~10월께 부터는 경기 둔화 우려도 균형을 맞춰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