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영훈 작곡가와 같이 녹음을 한 적도 있고 대화도 많이 나눴어요. 형님도 저를 예뻐해주셨죠. 병상에 계실 때는 ‘내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고 있으니 네가 꼭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주인공 명우 역을 맡은 가수 겸 뮤지컬배우 윤도현은 18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영훈 작곡가와의 남다른 인연을 이같이 털어놨다.
|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주인공 명우 역을 맡은 가수 겸 뮤지컬배우 윤도현의 공연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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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은 이영훈 작곡가가 2008년 세상을 떠난 뒤 2011년 제작됐던 동명의 뮤지컬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이번에 출연하는 ‘광화문 연가’는 CJ ENM이 제작해 2017년 초연한 새로운 프로덕션. 그는 죽음을 앞두고 월하와 함께 기억여행을 떠나는 중년의 명우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윤도현에게 이영훈이 남긴 명곡들은 가수가 되기 전 들으며 자라난 추억의 노래다. 특히 ‘소녀’는 학창시절 좋아했던 여학생과 헤어진 뒤 하염없이 불렀던 기억이 있다. 윤도현은 “그 친구 집이 강 근처에 있어 그 집을 바라보며 ‘소녀’를 수백번, 수천번 불렀다”며 “남다른 추억이 있는 노래라 무대에서도 지치지 않고 부를 수 있다”고 웃었다.
윤도현은 이번 ‘광화문 연가’의 매력을 “누가 들어도 알만한 명곡이 계속 나온다는 점, 앙상블의 멋있는 안무, 그리고 주연부터 조연까지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로 꼽았다. 특히 명우 캐릭터는 자신과 닮은 점이 많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명우는 음악에 미쳐 살았던 작곡가이자,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자기 감정을 다 써버린 바보 같은 음악인이에요. 창작을 위해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점, 창작에 있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이 저와 닮았죠. 그래서 ‘광화문 연가’는 제 인생과 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주인공 명우 역을 맡은 가수 겸 뮤지컬배우 윤도현의 공연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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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을 꿈꾼다. 윤도현 또한 밴드 YB와 자신의 솔로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그는 “극본도 나와서 선곡도 어느 정도 됐고, 스태프까지 꾸려진 상황에서 뮤지컬 제작이 취소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나는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이기에 내 노래로 만든 뮤지컬 또한 추억 한편에 남겨두는 게 아니라, 나의 음악 활동과 같이 가는 느낌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도현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은 2016년 ‘헤드윅’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이다 보니 관객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YB의 경우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콘서트를 열 수 없어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YB는 최근 세계적인 록 밴드 메탈리카의 ‘블랙 앨범’ 트리뷰트 앨범에 한국 대표 뮤지션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도현은 “저의 중심은 YB에 있기 때문에 콘서트를 여는 방안도 찾으며 음원 발표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화문 연가’에는 윤도현 외에 뮤지컬배우 엄기준, 강필석이 명우 역으로 출연한다. 월하 역에는 뮤지컬배우 차지연, 김호영, 가수 김성규가 캐스팅됐다. 오는 9월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