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며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은 그동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육성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000660)는 이날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 경쟁력이 높은 협력업체들을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하고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에 선정된 쎄믹스, 엘케이엔지니어링, 에버텍엔터프라이즈는 2년간 SK하이닉스와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개발된 제품을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서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어 개발기간 단축은 물론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30일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행보는 모두 소부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교롭게도 일본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지 1년이 된 시점이란 점에서 눈에 띈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도발’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의 공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사태 수습에 주력했고, 최 회장은 경영진을 일본에 파견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두 경영인은 이를 계기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양산에 성공한 기체 불화수소는 연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정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국 기업들의 소부장 경쟁력은 일본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일본의 소부장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한국의 소부장 경쟁력은 지난해 7월 89.6에서 올해 6월 91.6으로 상승했다. 일본에 주로 의존해 오던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결과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일본의 수출규제 1년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던 것은 대기업들이 발빠르게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산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소부장 국산화는 대기업의 의지가 없으면 쉽지 않다. 1년 만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장기간에 걸쳐 대기업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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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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