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7일 발간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했던 2.7%에서 2.4%로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내년에도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마저 차츰 둔화하리라는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최근의 정치 혼란이 소비·투자를 위축시킬 경우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이 같은 위기 국면을 탈출하기 위한 한국판 ‘세 개의 화살’을 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놓은 제한 없는 양적 완화·재정 확대·규제 완화 및 철폐 같은 패키지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KDI는 재정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는 다소 긴축적”이라며 “내년에 재정 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정부가 재정 여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KDI는 “내년에 경기 개선이 지연되거나 추가적인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 재정 확장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KDI가 경제 당국의 정책 권한인 재정 확대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DI는 지금까지 재정 확대보다는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아울러 KDI는 “향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정체된다면 금리를 인하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필요시 경기·물가 하방 압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문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도 주문했다. 가계 대출 증가세를 누르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고 비은행권 가계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금융당국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제도의 장점을 통합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번 정책 방향에 구조개혁 등까지 넣은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는 경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이슈를 향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경제 정책은 제 갈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