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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토교통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측은 정부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며 국토부와 합의했지만 태도를 바꿨단 얘기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6월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은 영구 시행이 아니라 적용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한시적 시행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연장`, 화물연대 측은 `폐지`에 무게를 두고 각자 서로 유리한 쪽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정부는 품목 확대 역시 처우 개선과 관련된 절박성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품목별 특성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운임을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과 국가산업을 볼모로 잡아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합의 이후 논의와 협의 과정을 둘러싼 양측 주장도 엇갈린다. 정부는 그간 화물연대 측과 꾸준히 논의를 지속했지만 화물연대 측이 전혀 대화와 접촉이 없다는 식으로 실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올해 들어 화물 관련 회의를 47회 진행했는데 이 중 35번이 화물연대가 참여해서 논의했고 화물연대와의 단독 회의만 14차례 이뤄졌다. 이번 주에도 계속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귀란 화물노조 전략조직국장도 “국토부와는 몇 차례 교섭을 가졌고 안전운임위원회나 여러 가지 논의 기구도 지속하긴 했다”며 “약속했던 것과 같은 품목 확대 방안이나 구체적으로 일몰제 폐지를 어떻게 할 건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전운임제 `핑계` 삼은 정치적 파업…개악안으로 총파업 부추겨
정부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앞둔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 예고는 안전운임제를 `핑계`로 삼은 정치적 파업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 장관은 “품목 확대라는 것은 안전이라는 원래 취지가 달성됐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을 전제로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인데 현재 연구용역 결과 안전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소득을 올리는 효과만 나왔다”며 “`안전`이라는 용어를 붙여서 화물차의 안전 운행을 위한 제도인 것처럼 국민에게 잘못 전달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집단 운송거부 예고는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답이 정해진 정치적 파업`으로 간주하고 “불법 행위로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에는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단호하게 대처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정부와 여당은 `약속 뒤집기`가 국정운영 방식이냐”고 쏘아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화주의 책임을 면해주는 개악안은 안전운임제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시도다”며 “당정은 개악안을 철회하고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안전운임제란
과로·과적·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의 최소 임금을 보장하고 그보다 낮은 운임을 주는 화주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 과제로 추진됐으나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하되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만 적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