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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오는 11일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핵심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지기 수사에 한창이다. 양 전 원장은 검찰소환 현장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한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67)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의 한 축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지연시키고 더 나아가 결론을 뒤집도록 양승태 사법부에 압박하거나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 대가로 상고법원 설치 등 양 전 원장의 숙원사업을 도와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013년에 이어 2014년 자신이 소집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서 각각 차한성(67)·박병대( 63) 법원행정처장에게 강제징용 소송 결과 전환 등 입장을 전달하고 구체적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실장이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 같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법원행정처가 메르스 사태 국가배상 책임 법리검토와 국정농단 사태 직권남용죄 법리검토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법률 자문을 한 부분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재판 출석과 검찰 조사 등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병세(66)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우병우(52)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7일과 8일에는 각각 고영한(64)과 박병대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7일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강제징용 소송과 법관 블랙리스트 등 의혹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인 뒤 다시 불렀다.
한편 양 전 원장은 1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인근의 대법원 청사 앞에서 본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양 전 원장 변호인인 최정숙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이날 “양 전 원장이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직이 아닌 만큼 대법원 건물 내부가 아니라 정문 안 로비나 정문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양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는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지나칠 가능성이 있다. 피의자 신분인 자가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양 전 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의 자택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재판개입과 법관사찰은 결단코 없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