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고소한 전여친 집 찾아가 폭행…집행유예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데이트 폭력으로 전 여자친구로부터 고소당하자 화가 나 집 근처로 찾아가 수차례 폭행한 2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 (사진=이데일리DB)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윤경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상해등),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원생 김모(29)씨에게 지난 25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8년부터 김씨와 2년간 교제한 피해자 A씨는 김씨로부터 수차례 데이트 폭력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019년 말 서울 혜화경찰서에 ‘2019년 초부터 김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했다. 이후에도 A씨는 총 3차례의 신변보호조치를 받았다.

A씨는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김씨가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게 하고, 뺨을 때려 폭행했으며,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협박 문자를 보내는 등 협박했다며 지난해 4월 김씨를 폭행·협박·보복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피해자에게 합의금 1500만원과 함께 ‘앞으로 A씨에게 연락을 하거나 찾아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 지난해 6월 고소를 취하받았다.

당시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씨는 A씨의 고소로 형사사건 수사를 받게 돼 대학원 진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 당일인 지난해 8월 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A씨의 집 근처로 찾아갔다.

당일 밤 10시 30분쯤 골목길에서 A씨와 마주친 김씨는 A씨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주먹과 발로 수회 때리고 골목 밖으로 잡아끌어내는 등 폭행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A씨가 맞고 있는 걸 보고 다가와 김씨의 가슴 부위를 발로 걷어찬 A씨의 아버지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A씨를 마주쳤을 때 A씨가 비명을 질러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한 것’이라며 보복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마주친 후 곧바로 일방적 폭행을 가한 바, 이 사건 고소 등에 대한 보복 목적 외에 동기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보복 목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으며, 재차 위협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과 원만의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