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뇌전증(간질)을 위장한 병역면탈 사범 130명(4명 구속기소)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 서울남부지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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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은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를 도운 혐의를 받는 브로커 구모(47)씨, 브로커 김모(38)씨 등 병역면탈 사범 130명이 1심에서 전원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징역 5년과 추징금 13억 7987만원, 김씨는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 176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병역 면탈자 중에는 래퍼 나비·나플라, 배우 송덕호 등 연예인을 비롯해 운동선수, 의사 등이 포함됐다.
뇌전증은 뇌파나 MRI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 뇌파 검사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가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 구씨와 일부 병역 면탈자는 재판 과정에서 실제 뇌전증 증상이 있었다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브로커와 면탈자의 계약서 △병역판정검사에서 뇌전증 호소방법 등이 기재된 시나리오 △발작 증세를 시작하라는 문자 메시지 △브로커에 대한 대가지급 내역 △병역 면탈자의 과거 병력과 SNS 활동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였고, 이에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일부 무죄판결조차 없이 전원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로 ‘병적기록표’에 허위 내용이 기재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최초로 형법상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를 적용, 기소하여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례다. 기존의 사례처럼 병역법위반으로만 기소했다면 범죄수익환수법 개정 전 범행으로서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했으나, 병적기록표에 허위 내용이 기재되도록 한 죄(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등을 적용함으로써 범죄수익 16억원 전액을 박탈할 수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130명 중 9명에 대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상태”라며 “항소심에서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헌법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범행에 대해 병무청과 긴밀히 협력하여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