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종금리 6% 가능성 급부상…매파 파월에 시장 털썩

2년물-10년물 국채금리 역전 폭 100bp 넘어
달러인덱스, ‘1차 저항선’ 105선 단박에 돌파
소수의견이었던 최종금리 6%, 이젠 주류로
한미 금리차 2%p 육박...고민 깊어지는 한은
  • 등록 2023-03-08 오후 6:37:41

    수정 2023-03-08 오후 7:26:12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의 발톱’을 들었다. 연준은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당초 5.1%의 최종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게 유력해 보인다. 월가에서는 이미 6% 최종금리가 더이상 소수의견이 아니라 주류로 급부상하는 기류다.

이에 경기침체 공포가 만연하면서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거의 42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달러화 가치까지 급등하며 ‘킹달러’가 도래하는 등 금융시장은 극심한 혼돈이 이어졌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우려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이 7일 오후 4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


파월, 예상 밖 강경 매파 발언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1월 고용, 소비, 제조업 생산,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불과 한 달 전에 봤던 완화 추세는 부분적으로 뒤집어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난 FOMC 때 예상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를 통해 최종금리 전망치를 5.1%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이를 이번 FOMC 점도표를 통해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의지로 읽힌다.

월가는 최종금리 6%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75~6.00%로 인상할 확률을 35.2%로 보고 있다. 전날 13.1%에서 큰 폭 상승했다. 5.50~5.75%(43.0% 확률)와 대등한 수준이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연준이 금리를 6%까지 올린 이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또 50bp 빅스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경제 지표가 더 빠른 긴축이 정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달 FOMC에서 50bp 올릴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으나 (목표치인) 2%까지 낮추는 과정은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는 성급한 통화정책 완화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서 6% 금리 전망 주류로

파월 의장이 예상 밖 매파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국채금리는 5.011%를 나타냈다. 전거래일 대비 11.7bp 급등했다. 2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장중 5.021%까지 치솟았다. 다만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975%에 거래됐다. 오히려 0.8bp 하락했다. 공격 긴축에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단기물인 2년물 금리가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보다 104bp 더 높은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100bp 이상 역전은 1981년 8월 이후 거의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달러화 가치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5.65까지 올랐다. 전거래일보다 1.3% 가까이 오른 수치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이날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 이상 큰 폭 내렸다.

월가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달러화 상승세를 두고 105선을 ‘1차 저항선’으로 봤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지난해 하반기 당시 레벨인 105~110으로 추가 상승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킹달러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시장의 눈은 이제 오는 10일 나오는 고용보고서로 향하고 있다. 1월(비농업 신규 고용 51만7000개)처럼 노동시장 과열이 확연할 경우 위험 선호 심리는 급격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지난달 고용 전망치는 22만5000개다.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회장은 이날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화상 대담에서 “단기금리는 큰 폭 상승했고 금리 역전 폭은 커졌다”며 “지난 수년간 기준금리는 2년물 금리를 완벽하게 반영해 왔다”고 말했다. “연준이 이번에는 50bp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건들락 회장은 “(50bp를 인상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고용보고서가 깜짝 놀랄 수준으로 전망을 밑돌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흐름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차 2%p 육박…고민 깊어지는 한은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예상 물가경로에 부합한다며 7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 상태다.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면 양국 금리차는 125bp에서 역대 최대폭(150bp)을 넘어 175bp로 확대된다. 또한 한은이 4월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5월 추가 긴축에 나서면, 베이비스텝만으로도 금리차는 200bp가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7일 토론회에서 “시장에선 연준의 최종금리를 5.25~5.5% 정도는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일부에선 그보다 높게 보지만 이번 주말 미국 고용지표, 다음 주 물가지표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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