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만 해도 한 세대 전인 기아 쏘울 EV나 BMW i3는 주행거리가 130~180km로 아 확실히 실생활에서 불편했다. 조금만 달리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 꽤나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겨울철 히터를 틀면 주행거리가 수십km 감소해 '충전 스트레스 때문에 못 타겠다'는 오너들의 불만이 쌓였다. 이처럼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올해 나온 신형 전기차는 이런 단점을 확실하게 개선했다. 완전충전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으로 늘면서 전기차는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물론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경우) 귀한 몸이 됐다.
소비자의 전기차 관심이 날로 커진다. 각종 뉴스에서 전기차 수리비에 대한 논란이 쏟아져도 아랑곳 없다. 전기차 이야기만 나오면 따라 붙던 ‘전기차는 시기상조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청량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기아 니로 EV를 만났다. 확 늘어난 주행가능거리로 장거리 주행과 충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나 코나 일렉트릭에서 부족함으로 지적된 실내 거주성과 공간활용성을 살린 게 최대 강점이다.
굳이 디자인에서 안 찾아도 된다. 지난해 6월부터 친환경차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차에 한해 발급한 파란색 번호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어레버는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의 버튼식과 다르다. 다이얼 형태로 기존 니로 하이브리드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조작이 간편하고 제법 실내 전반의 분위기를 바꾼다. 조작감이나 다이얼이 싸구려(?) 티가 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양 옆으로는 1열 열선 및 통풍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레버 등 편의장비 버튼이 모여있다.
트렁크 공간 역시 넉넉하다. 2열을 6:4 분할 폴딩 해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우측에 ISG용 보조 배터리가 따로 장착된 니로 하이브리드보다도 조금 더 넓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의 컴팩트한 차체를 통해 경쾌한 주행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니로EV의 주행감은 차분하고 부드럽다. 니로 하이브리드에서 느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안락한 주행감각을 통해 니로EV가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엔진음이 없어 시종일관 정숙하다. 음악을 줄이면 들려오는 건 노면소음과 풍절음 뿐이다. 빠른 속도로 주행중에도 뒷좌석에 앉은 가족과 원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서 선보였던 시프트 패들을 통해 감도 조절이 가능한 회생제동 시스템은 운전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대신 사용할 수 있고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재미가 있다. 단 회생제동 2단계부터는 제동력이 눈에 띄게 강해져 익숙하지 않은 동승객이라면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와 배우자를 내려준 뒤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초창기 전기차에 비해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켜도 주행거리가 충분히 남아 심리적 압박이 덜하다. 2년 전 유난히 추웠던 겨울 출근길, 히터를 작동시키자 단박에 주행거리가 30km 감소해 퇴근길을 걱정해야 했던 쏘울EV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틀간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하여 왕복 80km거리를 출퇴근 햇다. 측정 평균 연비는 5.5km/kWh로 공인연비를 소폭 웃돌았다.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의 정속주행 보다는 오히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연비가 더 좋다. 시내구간에서 연비가 급격히 저하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경제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전기 충전 금액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하철 대중교통보다 저렴했다.
그럼에도 전기차 수요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가성비가 좋아서다.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주행거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50km 언저리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300km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기차의 상품성이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넉넉한 실내공간이 대표적이다. 이 중심에 니로 EV가 있다.
한줄평
장점 : 동급최강의 승차감과 넉넉한 공간활용성, 탁월한 경제성
단점 : 매력 없는 외관은 여전!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 인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