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가 불편하다고..일단 타봐! 기아 니로 EV

  • 등록 2018-11-16 오후 3:48:32

    수정 2018-11-16 오후 3:48:32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전기차가 불편하다고?” 이젠 옛말이 됐다.

3,4년 전만 해도 한 세대 전인 기아 쏘울 EV나 BMW i3는 주행거리가 130~180km로 아 확실히 실생활에서 불편했다. 조금만 달리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 꽤나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겨울철 히터를 틀면 주행거리가 수십km 감소해 '충전 스트레스 때문에 못 타겠다'는 오너들의 불만이 쌓였다. 이처럼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올해 나온 신형 전기차는 이런 단점을 확실하게 개선했다. 완전충전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으로 늘면서 전기차는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물론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경우) 귀한 몸이 됐다.

소비자의 전기차 관심이 날로 커진다. 각종 뉴스에서 전기차 수리비에 대한 논란이 쏟아져도 아랑곳 없다. 전기차 이야기만 나오면 따라 붙던 ‘전기차는 시기상조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청량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기아 니로 EV를 만났다. 확 늘어난 주행가능거리로 장거리 주행과 충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나 코나 일렉트릭에서 부족함으로 지적된 실내 거주성과 공간활용성을 살린 게 최대 강점이다.

외관은 못 생긴(?) 대표적인 차로 입소문이 난 니로 하이브리드와 차이는 거의 없다. 사나운 멧돼지 같은 인상의 겉모습에 곳곳에 전기차 만의 차별화된 요소를 넣은 게 특징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플라스틱으로 막고 가장자리에 충전 소켓을 마련했다. 다분히 ‘전기차스러운’ 인상을 풍긴다. 앞뒤 범퍼하단에 파란색 포인트를 주어 친환경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꺾쇠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을 배치해 존재감을 키웠다. 소심한 위치와 어색한 모습으로 ‘애프터마켓 제품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니로 하이브리드의 LED 주간주행등에 비하면 훨씬 보기 좋다. EV 전용사양의 17인치 알루미늄 휠은 견고한 느낌이다. 도심형 SUV 스타일인 니로의 외관과 잘 어울린다.

굳이 디자인에서 안 찾아도 된다. 지난해 6월부터 친환경차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차에 한해 발급한 파란색 번호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실내 구성 역시 니로 하이브리드와 큰 차이는 없다. 소심한 비대칭 센터페시아도 그대로다. 눈에 띄는 차이는 EV전용 슈퍼비전 계기판과 도어트림에 적용된 푸른색 체크무늬 패턴, 다이얼식 기어레버 정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어레버는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의 버튼식과 다르다. 다이얼 형태로 기존 니로 하이브리드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조작이 간편하고 제법 실내 전반의 분위기를 바꾼다. 조작감이나 다이얼이 싸구려(?) 티가 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양 옆으로는 1열 열선 및 통풍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레버 등 편의장비 버튼이 모여있다.

전자식 기어레버를 채용한 덕에 앞쪽에 광활한 수납공간이 생겼다. 각 티슈가 통째로 들어간다. 작은 클러치 백 등을 넣기에도 알맞다. 그 위로 무선충전장치를 마련했다. 안쪽으로 깊게 밀어 넣어야 하는 구조여서 핸드폰을 꺼낼 때 불편했다. 기어레버 뒤쪽에 마련된 수납함도 슬라이드 방식의 덮개가 마련됐다. 올 뉴 모닝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발랄한(?) 컵홀더가 내장됐다.

UVO 3.0이 내장된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프로세스가 업그레이드 됐는지 터치 반응과 스크롤 속도가 빠릿해졌다. 전기차 전용 ‘EV’탭을 누르면 차량 정보와 충전소 검색 등을 제공한다. 8개 스피커의 크렐(KRELL) 사운드 시스템은 기본형 오디오와 비교해 나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크렐 오디오와 UVO를 끼워 팔면서 88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충분이 이해가 될 정도다.

니로 EV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뒷좌석 공간이다. 휠 베이스가 2,700mm로 코나 일렉트릭에 비해 100mm 더 길다. 패밀리카를 표방하는 니로답게 동급 전기차 중 실내공간이 가장 넓다. 2열 열선시트와 220V 파워 아울렛까지 갖춰 편의성을 더했다.

트렁크 공간 역시 넉넉하다. 2열을 6:4 분할 폴딩 해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우측에 ISG용 보조 배터리가 따로 장착된 니로 하이브리드보다도 조금 더 넓다.

시동버튼을 눌러 ‘전원’을 켰다. 계기판 위로 ‘주행 가능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면 준비 끝. 가속페달을 밟자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동일한 150kW 모터가 장착돼 내연기관 환산 204마력, 40.3kg.m에 달하는 출력을 제공한다. 필요할 때에는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차급을 잊게 만드는 뛰어난 순발력을 보여준다. 하부에 깔린 배터리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져 꽤나 날렵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승차감이 좋아진 것은 덤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의 컴팩트한 차체를 통해 경쾌한 주행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니로EV의 주행감은 차분하고 부드럽다. 니로 하이브리드에서 느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안락한 주행감각을 통해 니로EV가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엔진음이 없어 시종일관 정숙하다. 음악을 줄이면 들려오는 건 노면소음과 풍절음 뿐이다. 빠른 속도로 주행중에도 뒷좌석에 앉은 가족과 원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서 선보였던 시프트 패들을 통해 감도 조절이 가능한 회생제동 시스템은 운전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대신 사용할 수 있고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재미가 있다. 단 회생제동 2단계부터는 제동력이 눈에 띄게 강해져 익숙하지 않은 동승객이라면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와 배우자를 내려준 뒤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오른쪽 패들을 길게 당기면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회생제동의 단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오토 모드가 작동한다. 왼쪽 패들을 길게 당기면 ‘원 페달 시스템’이 작동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주행을 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64kWh다. 완충 시 최대 385km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코나 일렉트릭과 동일하다. 니로가 무게가 더 나가 주행거리는 소폭 적은 편이다. 마이너스 옵션인 ‘슬림패키지’를 적용하면 39.2kWh의 배터리가 장착돼 공차중량이 무려 140kg가까이 줄어들지만 최대 주행거리도 246km로 함께 감소한다.

초창기 전기차에 비해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켜도 주행거리가 충분히 남아 심리적 압박이 덜하다. 2년 전 유난히 추웠던 겨울 출근길, 히터를 작동시키자 단박에 주행거리가 30km 감소해 퇴근길을 걱정해야 했던 쏘울EV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틀간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하여 왕복 80km거리를 출퇴근 햇다. 측정 평균 연비는 5.5km/kWh로 공인연비를 소폭 웃돌았다.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의 정속주행 보다는 오히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연비가 더 좋다. 시내구간에서 연비가 급격히 저하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경제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전기 충전 금액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하철 대중교통보다 저렴했다.

2019년 전기차 국가보조금은 올해보다 300만원 줄어든 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수요가 늘어 보조금에 대한 재정부담이 심해진 것이 이유다. 여기에 각 지자체도 보조금을 줄이고 있지만 내년에도 1,500만원 내외의 보조금 혜택이 남아 있다. 부족한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전기차 구매에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수요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가성비가 좋아서다.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주행거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50km 언저리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300km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기차의 상품성이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넉넉한 실내공간이 대표적이다. 이 중심에 니로 EV가 있다.

한줄평

장점 : 동급최강의 승차감과 넉넉한 공간활용성, 탁월한 경제성

단점 : 매력 없는 외관은 여전!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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