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과에 외신도 주목…"北지도자 사과 극히 이례적"

김정은 사과 남북간 화해무드 유지 의지 해석
SCMP "전시상태 상대에 잘못 인정은 이례적"
WP "北의 빠른 사과, 화해 여지 남기고 있어"
  • 등록 2020-09-25 오후 5:28:35

    수정 2020-09-25 오후 5:36:24

25일 서울역에서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조민정 인턴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발생한 연평도 공무원 이모(47)씨 피살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을 크게 실망시켜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외신들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보고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빠른 사과를 내놓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망명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 공무원이 살해된 데 대해 사과했다”며 “북한 지도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남측의 이웃에게 사과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도 서울발 기사를 타전하며 김 위원장의 사과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엄밀히 말해 전쟁 상태에 있는 최대 라이벌인 남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의 뜻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남한 국민 살해는 문 대통령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도 “북한이 빠르게 반성을 표명해 화해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했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김 위원장의 사과는 남북 간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을 줄이고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이 꺼지지 않게 한다”며 “김 위원장의 행보는 단기적으로는 잠재적인 싸움을 피하고 한국으로부터 장기적인 이익을 얻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공무원 살해 관련, 남한에 희귀한(Rare) 사과를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북한 군인들의 해역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의 죽음에 대해 보기 드문 사과를 했다”고 썼다.

이날 오전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청와대에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 측 해역에서 경비를 담당하는 군부대가 22일 저녁 정체불명의 남성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바다에 떠 있는 이씨에게 80미터가량 거리를 둔 채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이씨가 ‘대한민국 아무개’라며 답변을 얼버무렸다는 것이 북한 측 설명이다.

북한 측은 이씨를 향해 10여 발의 총탄을 발사하고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부유물 잔해를 소각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에서 북한은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우리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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