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23년 소비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평균 실종’이다. 이는 평균 개념의 정규 분포가 무너진다는 뜻으로 양극화와 초개인화, 취향의 다극화에 따라 소비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 일터, 공간 모든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김난도(59)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분석한 내년 소비 흐름과 트렌드 전망이다. 김 교수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 출간 간담회에서 “‘변하다’의 상대말은 ‘죽는다’이다. 격변의 시대에 지난 사고방식과 타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엠북카페에서 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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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인 김 교수는 2007년 첫 연구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매년 이듬해 분석한 소비 트렌드를 주요 키워드에 담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았다.
김 교수는 “미국 경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내년 3분기 바닥을 지나 2024년 회복하겠지만 2023년 내내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뾰족해야 한다. 핀셋(족집게 기구처럼 세심하고 뾰족하게 접근한다는 의미) 시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아 김 교수는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의 앞글자(두운)를 따 ‘RABBIT JUMP’(래빗 점프)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 발생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라는 사자성어도 언급했다. 그는 “토끼는 항상 포식자에 대비해야 하는 숙명이다. 내년 같은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내년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큰 변화로 ‘오피스 빅뱅’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 미국에선 화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출퇴근과 워라밸,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뒤섞이는 가운데 이곳에서 뼈를 묻겠다는 과거의 직장문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잡는 게 중요하다. 보수인상도 중요하지만 근본문제인 핀셋 복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주목해야 할 새로운 관계 현상으로는 ‘인덱스 관계’를 꼽았다. 김 교수는 “젊은 층은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술의 발달로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색인(인덱스)을 붙여 전략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한다”며 “그만큼 회사생활의 인간관계 층위가 변화하고, 기업의 조직 관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어려 보이고 싶어하는 한국사회의 ‘네버랜드 신드롬’, ‘체리 슈머’, ‘선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뉴 디맨드 전략’, ‘알파 세대가 온다’, ‘디깅 모멘텀’ 현상도 주목해야 할 10대 키워드로 꼽았다.
이 책 시리즈는 많은 직장인과 기업들이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집어드는 필독서가 됐다. 그만큼 갈수록 부담감도 커진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10년째 같이 하는 공조자들도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책임감이 커진다고 말한다”며 “항의 받는 일도 있고, 타이밍도 맞춰 나와야 한다. 시간 제약을 받는 작업이지만 2~3번에 걸쳐 팩트 체크한다. 교수인 만큼 이론적 설명과 깊이 있는 분석, 그래서 무엇을 해야할까 라는 구체적 제안을 담자는 방향성을 갖고 집필하고 있다”고 했다.
| 자료=미래의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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