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도를 'IQ'처럼 숫자로...'조기진단' 가능성 높였다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치매 원인 단백질 섬유화 분광학적 판별
치매 진행된 상태서 진단하거나 반복된 추적검사 한계 극복
  • 등록 2020-04-06 오후 3:07:51

    수정 2020-04-06 오후 3:07:51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치매 정도를 IQ, EQ처럼 수치로 정량화해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영희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팀이 분광학으로 치매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진행 단계를 측정하고, 치매 진단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고 6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팀이 발명한 치매지수.<자료=기초과학연구원>
뇌에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상당량의 노폐물이 생긴다. 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신경세포 사이에 침착돼 세포를 사멸시켜 치매가 발병한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문진이나 방사성동위원소표지법으로 인지행동능력과 단백질 침착 여부를 확인하는데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진단할 수 있었다.

조기진단을 위해 체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연구됐지만, 혈액은 상태에 따라 측정 신뢰도가 낮고, 뇌척수액도 정상 상태일 때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사람마다 달라 뇌척수액을 여러 번 채취하는 추적검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서로 뭉쳐져 섬유화된 베타·아밀로이드 분자가 배출되는 것에 착안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동안 고주파인 테라헤르츠 빛은 금속, 절연체 물질 등 전하의 특성과 분포를 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하는 데 활용됐다. 연구진은 치매 유발 단백질이 전하를 띠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를 시료 용액에 입사시켜 투과하는 투과도 변화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교류 전도도를 측정하고, 모델 분석으로 전하 분포가 달라지는 양상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단백질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구조가 복잡해져 시료 내에서 전하가 구조 내에서 부딪히는 횟수가 증가하고, 움직임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국소화 수치를 섬유화 정도로 변환하고, ‘치매지수’라고 이름 지었다.

김튼튼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테라헤르츠 분광학에서 생체 시료 분석에 한계로 작용했던 물 흡수 문제를 해결했다”며 “다양한 용액 상태의 물성 분석 연구에 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정도를 단번에 측정해 뇌척수액, 혈액 등에서 배출된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영희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은 “단백질 섬유화를 물리적으로 이해해 IQ, EQ와 같은 치매지수를 개발하고, 단백질 섬유화 단계를 규격화했다”며 “기초융합연구를 통해 생물물리 분야의 오랜 숙제인 치매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융합분야 국제 학술지 ‘에이씨에스나노(ACS Nano)’에 지난달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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