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자율 규제 첫 발 뗐다…“몽둥이 아닌 메스 필요”

5대 거래소 공동협의체 출범, 루나 대책 추진
상장·상폐 통일 등 자율 개선방안 과제 산적
시행령 개정, 디지털자산법 제정도 첩첩산중
신뢰 회복 필요하지만 무리한 규제는 후유증
“교각살우 우 범하지 말고 세밀한 검토해야”
  • 등록 2022-06-29 오후 5:29:15

    수정 2022-06-29 오후 9:09:21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루나·테라 사태 이후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규제 방향이 관심이다. 정부·여당은 거래소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하되 엄격한 관리·감독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범법 행위는 엄벌하되 성장하는 코인 시장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밀한 규제를 당부했다.

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열린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출범식‘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빗썸(빗썸코리아) 이재원 대표, 코인원 차명훈 대표, 고팍스(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코빗 김재홍 최고전략책임자, 업비트(두나무) 이석우 대표 모습. (사진=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29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가상자산거래소가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방안’을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은 통화에서 “거래소가 후속조치를 어떻게 하는지 단단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는 지난 13일 당정 논의를 거쳐 자율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들쑥날쑥한 코인 상장·상폐를 통일하고 ‘코인 경보제’ 등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이후 5대 거래소는 지난 22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를 발족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초대 의장에 선출됐다.

앞으로 공동의 상장·상폐 기준을 마련하는 게 우선 과제다. 이들 거래소는 당정 간담회에서 코인을 상장·상폐할 경우 거래소가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공통적인 항목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물품이 각기 다른데, 거래소가 통일된 코인 상장·상폐 규정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별로 각기 다른 상장·상폐 심의 방식을 어디까지 얼마나 통일시킬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전했다.

자율 개선방안을 시행령이나 법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시행령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때문에 루나 사태에서 불거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실물 담보 없이 ‘1달러는 1테라’처럼 코인 가격을 달러에 고정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시행령에 모두 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정 간담회에서 “업계의 자정노력을 살펴 필요한 것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반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율 개선방안 내용 중에서 어떤 내용을 법에 반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국회에 계류된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 13개와 내용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건이다. 자율 개선방안, 시행령, 법안 제정까지 지난한 논의가 불가피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몽둥이로 무차별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환부를 도려내는 메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쟁점이 있다 보니, 면밀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은 “미국에도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없는 이유는 시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 때문”이라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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