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만큼 먹었다"…美주식시장 '숏베팅' 9년만 최고치

4월부터 S&P500 미니 순매도 계약 많아져
"6월 말 연기금 차익실현…채권 매입가능성 커"
  • 등록 2020-06-24 오후 2:56:39

    수정 2020-06-24 오후 9:41:56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날개를 단 상황에서 선물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에 대한 순매도 계약은 30만 3000건에 달했다. 이는 2011년 이후 9년래 최고치다. 이같은 거래는 투기세력으로 분류되는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5만 5000계약 순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매도 포지션이 현물을 사면서 선물을 매도하는 헤지(Hedge)이거나 군중심리에 휩쓸린 투자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블리클리 자문그룹의 최고투자전략가인 피터 부크바는 CNBC에서 “4월 이후 누적된 숏 베팅은 역발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증시 상황은 2007년 10월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하기 전인 9월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16~23일 선물 매도 계약이 선물 매수 계약의 2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6월을 일주일 남긴 상황에서 연기금과 같은 ‘큰 손’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채권에 투자할 가능성 역시 제시됐다. 통상 연기금은 월말, 분기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자산을 재분배하는 경향을 보인다.

웰스파고 금리전략 감독관인 마이클 슈마허는 미국 연기금이 3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채권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조정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6년간 이뤄진 포트폴리오 월말 재조정 규모 중 가장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마허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식에 대한 엄청난 랠리가 있었던 반면, 채권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먼저 미국 대형주가 가장 큰 규모로 매도된 이후, 소형주와 다른 나라 주식들이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슈마허는 자신의 추정치는 이같은 재조정이 필요한 금액의 20%가 월말에 거래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훨씬 더 큰 재조정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연기금에서만 6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노르웨이 국부펀드, 뮤츄얼펀드 등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700억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연기금에서 760억달러 규모의 주식 매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물론 반론도 나온다. 일부 전략가들은 주식파생상품 시장에서 이미 월 말과 분기 말 변동성에 관련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이 이미 주식 보유를 줄여나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선물·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동시에 찾아오는 ‘네 마녀의 날’이었던 지난 19일 미 S&P500 9월물의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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