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주요 여권 인사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에 대한 비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8월 28일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가장 유력한 이 후보가 주장하는 정책과 발언 등에 대한 선제적인 때리기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4선 의원이자 차기 여당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10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개딸’(2030 여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혁의 딸)들의 청원에 ‘당직자가 비리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현행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누가 봐도 이재명의 의한, 이재명을 위한 꼼수 당헌 개정”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당 사무총장이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는 2020년 이해찬 전 대표가 주도해 제정했다. 이 같은 당헌을 친(親)이재명계 성향의 의원들이 직무정지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당원 청원 시스템에도 이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개정하자는 청원이 7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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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김 의원은 “이재명 의원 한 사람을 위해 제1야당의 당헌까지 바꾸는 그야말로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뇌물성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 씨의 법카 공금횡령 의혹 등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비리의혹 백화점’이 바로 이 의원이니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고 비꼬았다.
지난 대선 후보이자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도 이 후보가 선언한 ‘국유재산 매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안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대중정당으로 자리잡는 데 제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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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이 의원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이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라며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막겠다고 선언했다”며 “국가의 재산을 헐값에 부자들에게 넘기려 한다는 가짜뉴스식 발언으로 입법 전쟁을 예고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라면 대선에 패배한 분이 승복하지 못하고, 다수당 안에 별도의 정부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에 달해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고 국가채무를 조정해야 할 때”라며 “정부가 재정준칙 마련, 조세개편, 국유재산 매각 등을 통해 재정 건전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지금대로라면 거대 야당을 이끄실 가능성이 큰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당대표가 된다면 강성지지층만을 위한 ‘강한 당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합리적 당대표’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