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무자본 인수합병(M&A)를 통해 주가를 부양한 후 시세차익을 챙기고 인수기업에서 횡령·배임을 저지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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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락현)는 무자본 M&A 사범 한모(54)씨 등 일당 4명과 이들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씨 등은 2019년 7월 사채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A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했다. 이후 인수자금 출처와 전환사채(CB) 발행 내용 등을 허위 공시하거나, 해외 바이오업체에 거액을 투자할 것처럼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총 10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씨 등은 A사를 인수하기 위해 빌린 자금을 갚으려 회삿돈 128억원을 횡령하고, 75억원 상당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인수자금을 상환한 후에도 자신들이 소유한 다른 회사에 물품대금 명목으로 102억원 상당의 현금과 CB를 지급하고, 이 중 77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 3월 29일 한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도주했다. 이후 한씨 등은 지인으로부터 대포폰과 도피자금, 숙소를 제공 받으면서 두 달간 도피하다 5월 28일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도피를 도운 조력자 3명도 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한씨 등이 허위 공시를 통한 무자본 M&A를 벌이는 것을 알면서도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600억원 가량의 증권사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도운 증권사 임직원 김모(38)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TRS는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 등을 매입해주고, 자산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하면서 투자자가 그 대가로 증권사에 수수료(이자)를 지급하는 신종 파생거래 기법이다.
검찰은 “사채 자금을 동원해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M&A하고, 거액의 회사 자금을 유출한 일당을 엄단했다”며 “향후에도 자본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세력과 이들을 비호하는 사범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