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GDP 220% 넘었다…상승폭 꺾여도 위험 여전

한국은행 ‘2022년 3월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220.8%, 전년比 7.1%p 증가
가계신용 2.7%p 증가한 106.1%, 기업신용 4.4%p 뛴 114.7%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에 가계대출 증가 둔화되나 기업 빚↑
  • 등록 2022-03-24 오후 2:45:43

    수정 2022-03-24 오후 2:45:43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 기업 등 민간신용(민간부채)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 수준을 기록하며 3분기에 이어 지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목 GDP가 6.4% 성장할 때 민간신용은 10%나 급증한 영향이다. 명목GDP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빚의 증가 흐름이 이어진 탓이다. 작년 4분기말 기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더한 민간신용은 약 4540조로 추정되 사상 첫 4500조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24일 ‘2022년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추정치)이 220.8%로 1년 전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인 2021년 3분기 220.5% 대비로도 0.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가계신용이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작년 4분기부터 증가폭이 줄면서 전년대비 민간신용 비율의 증가폭 자체는 2019년 8.0%포인트, 2020년 17.5%포인트 대비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빠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가계부채 증가폭 둔화되나 GDP대비 비율 여전히 높아”

민간신용은 자금순환표상 비영리단체를 제외한 가계(대출금, 정부융자), 기업(대출금, 채권, 정부융자) 부채의 합계액이다. 민간 빚 급증을 주도하는 흐름은 가계에서 기업으로 바뀐 모습이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신용 비율은 106.1%로 전년 대비 2.7%포인트 올랐고, 기업신용 비율은 114.7%로 4.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대비 부채 비율이 장기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알 수 있는 신용갭 역시 기업의 GDP대비 신용 갭의 감소폭이 더 적었다. 가계의 GDP대비 신용갭이 3.2%포인트로 1년전 대비 2.6%포인트 줄어들 동안, 기업의 GDP대비 신용갭은 7.5%로 0.6%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GDP대비 신용갭이 1년 전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1975년 이후 작년까지 추정한 장기추세치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플러스 갭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긴 하나 증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 늘었다. 증가세 자체는 분기별로 작년 1분기 9.5%, 2분기 10.4%로 증가한 뒤 3분기 9.6%, 4분기 7.8%로 둔화되는 흐름이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더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과 비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하락한 영향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2020년 12월 2.8% 수준에서 작년 12월 1년만에 3.7%로 급등했다.

자료=한은


대출종류별로는 그동안 빠르게 증가세를 보인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율이 작년 말 9%에서 7.2%로 줄었고, 주택담보대출도 8%에서 7.9%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진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확대 적용 등으로 기타대출이 줄어들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불확실성과 부동산 규제 등에 주택거래량이 줄어들며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한 영향이다.

대출 증가폭 둔화에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173.4%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상승하며 채무상환부담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작년 2분기말(162.4%) 이후 7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 측면에서 가계부채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작년 말 45.3%로 0.1%포인트 올라 보합권에 머물렀는데, 이는 4분기중 주식 하락 등 조정에 의한 것이다.

가계대출 규제에 기업 대출 늘린 은행권…재무건전성은 양호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누르자 은행들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을 확대하며 기업부채는 더욱 큰 폭 증가한 흐름을 나타냈다. 기업부채는 작년 말 2361조1000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이는 1년 전 증가폭인 9.4%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업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이 1541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기간 중 부채 증가폭이 13.4%를 기록해 2020년(15.3%)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회사채의 경우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발행 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작년 한 해 12조7000억원 늘면서 1년전(11조4000억원 증가)보다 더 큰 증가세가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계와 기업 부채의 건전성 측면에선 개선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단 점이다. 먼저 가계부채 연체율이 작년 말 0.52% 수준으로 작년 1분기 이후 꾸준한 하락 흐름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취약차주 비중도 은행 3.3%, 비은행 7.4%로 모두 1년 전 대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취약차주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하고 있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저신용 차주를 의미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경기회복,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조선, 건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큰 폭 오르면서 작년 1~3분기중 14.9% 증가를 기록했다. 2020년중 5%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또한 한은과 정부의 금융지원정책에 이자비용이 줄면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 역시 4.6배에서 8.4배로 큰 폭 올랐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 수준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폭 늘어 작년 3분기 78.1%를 기록했다. 2020년 말(77.2%)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은 측은 잠재적인 부실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향후 대출금리의 추가 상승, 금융지원 완화조치의 정상화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소득여건 개선이 더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그동안 누적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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