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암살 증거 확보…러 요원이 속옷에 독극물 묻혀"

나발니, 고위 관리 칭하며 FSB 요원과 통화
"노비촉 어디에 묻혔나" 묻자…요원 "속옷에" 답해
푸틴 "FSB가 미행한 건 인정…암살 시도는 아냐"
  • 등록 2020-12-22 오후 2:24:18

    수정 2020-12-22 오후 2:24:18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의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가 러시아 요원과 가진 통화에서 자신을 독살하려 한 증거를 찾았다고 폭로했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나발니는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켓’, 독일 더슈피겔과 함께 3년 이상 본인을 추적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산하 독극물팀 요원 6~10명의 신상정보를 확인했다.

나발니는 본인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리라고 속이고 콘스탄틴 쿠드랴프체프라는 요원과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나발니가 노비촉을 어디에 묻혔는지 묻자 쿠드랴프체프 요원은 “속옷, 사타구니 안쪽”이라고 대답했다.

노비촉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생화학무기로 가장 강력한 독극물 중 하나로 꼽히는 신경작용제다. 노비촉에 노출되면 30초에서 2분 사이에 구토·발작 등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다.

독극물 전문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옷에 노비촉을 바르면 피해자가 땀을 흘릴 때 피부로 흡수된다”며 “러시아 요원들은 액체나 젤 형태보다는 고체 형태의 노비촉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2018년 영국으로 귀화했던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에게 사용된 독극물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국내선 비행기에서 노비촉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고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는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미수의 희생자”라며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고 말했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해당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주 푸틴 대통령은 “FSB 요원들이 나발니를 미행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가 나발니를 죽이길 원했다면 그들은 아마 (독살 시도를) 완전히 완료시켜버렸을 것”이라며 독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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