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정의당 의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스스로 가상자산(코인) 보유 현황 조사를 요구하는 등 ‘김남국 사태’에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보폭을 맞추다 역풍을 맞았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국민권익위원회 정부 합동 민원센터 앞에서 가상자산 관련 정의당 국회의원 ‘금융거래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하기 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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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를 방문해 정의당 소속 의원 6명의 ‘가상자산 전수조사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에 대한 늑장대처 지적이 계속되고 정치권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자 이에 대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배 원내대표는 “양당은 역시 이번에도 정치적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가 터지자 늘 그래왔듯 관련 입법과 당내 기구 설치 등 뒷북 대응을 있는 대로 쏟아내고 있지만 유독 전수조사는 입조심 몸조심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때다 싶어 정치공세에 총력전이고, 민주당은 불길이 커질세라 김남국 의원으로 꼬리 자르고 있다. 공신력 있는 제3기관인 국민권익위 전수조사로 사태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의서 제출을 통해 코인거래소와 연계된 은행의 계좌에서 코인 거래소로 흘러간 돈이 있는지를 중립적인 기관이 살펴보고, 부적절한 흐름이 있다면 소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이런 수준으로 대응을 하면 코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이정미 대표도 이 논란과 관련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청년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돈 탈탈 털어 코인에 투자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을 규제해 청년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의원이 오히려 코인 투자의 큰손으로 수익을 보려 했다는 것, 이 부도덕성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용납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 의원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데에는 ‘조국 사태’의 안 좋은 기억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에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명 관련 논란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개정 선거법이 무력화되면서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6석 밖에 얻지 못했고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조국 사태’ 전 정의당의 지지율은 10% 안팎을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5% 수준(한국갤럽, 9~11일 조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