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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 공제회는 해외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세컨더리 전략 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사 선정을 고려 중이다. 총 3곳을 선정해 각 300억원씩 총 9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컨더리 딜이란 기존 PEF가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다른 PEF가 직접 인수하거나 펀드 내 LP 지분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PEF의 투자 회수 전략 중 하나다. 기존 PEF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을 면할 수 있어 수익률도 안정적이고, 투자 회수 기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동안 세컨더리 펀드는 PEF 간 매물이 오가는 거래라는 점에서 폰지(돌려막기) 사기라는 비판이 컸다. 비상장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책정에 어려움이 있어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와 같은 방법의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세컨더리 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PEF 시장에서 세컨더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불황에 세컨더리 시장 커질 듯”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이 불확실하고 이미 부실 우려가 큰 자산들이 많아서 섣불리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 보니 기존 거래에서 조금이나마 검증된 딜들을 찾으려는 분위기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일부 기관은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팔며 자금을 확보하는 대신, 다른 기관은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중고 매물을 건질 수 있어 상부상조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세컨더리 시장에 뛰어드는 주요 기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해외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에 렉싱턴(Lexington)·하버베스트(HarbourVest)·아르디안(Ardian)을 선정해 총 1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우정사업본부도 해외 PEF에 2억달러를 출자했다.
이처럼 해외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세컨더리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몸집이 커진 국내 PEF들이 시장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자금 회수를 위해 세컨더리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세컨더리는 과거와 달리 믿을 만한 자산에 투자해 자본시장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새로운 매물은 없지만,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기관엔 세컨더리 딜이 그나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