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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불법체류청년 추방으로부터 보호하는 ‘다카(DACA)’ 행정명령 폐기를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직전 대통령이 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올 1월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의 정책을 하나씩 뒤집으려 할 때도 에둘러 표현했을 뿐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 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장문의 성명을 올려 현 정부의 다카 폐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은 논쟁적 주제인 만큼 합법적인 틀 안에선 얼마든지 논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백악관이 오늘 한 일은 이와 전혀 다르다”고 못 박았다.
다카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불법 체류하는 청년을 강제 추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6월 행정명령으로 공표했다. 한인을 포함해 수십만 명이 다카 혜택을 받은 이른바 ‘드리머(Dreamer)’다.
오바마는 이어 “(백악관의 다카 폐기는) 법적으로 불필요한 정치적이고 비도덕적인 결정”이라며 “현 이민 제도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아무 잘못도 없는 이들 젊은이의 미래를 위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 폐기의 명분으로 내건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미국인에게 어떤 것도 빼앗아 가지 않으며 이들을 추방한다고 다른 누군가의 월급이 오르거나 세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통령의 폐기 명령에 의회가 반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업인과 정치인, 학자 모두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백악관은 이 결정을 의회에 떠넘겼다”며 “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는 건 이제 의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나 역시 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건 우리의 생김새나 출신, 종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나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우리의 가치를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라며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이 가치를 지켜야 하며 이것이 미국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