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 장모(26) 중사가 고인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추가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021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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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중사를 성추행한 장씨는 2021년 3월 이 중사 성추행 이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동료들에게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 “여군 조심하라”, “이 중사가 내 행동을 받아줘 놓고 신고했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해당 발언이 단순 자기 의견 표명이었으며 명예훼손 성립 요건인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씨 측은 “발언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일이라 신고를 당할 만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해당 발언은 친한 동료 군인과 밥 먹는 사석에서 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장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빙성을 공격한 것은 치명적인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군의 폐쇄성과 결합해 (소문의) 전파 속도가 빨라졌다”고 밝혔다.
2심 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군대 내 소수자인 여성이고 군대의 폐쇄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장씨의 발언은) 전파 가능성이 높다”며 “6년간의 군대 생활로 장씨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장씨의 발언은) 피해자의 신빙성을 공격한 치명적인 2차 가해”라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장씨는 2021년 3월 후임인 부대 회식을 마친 뒤 이 중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추행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이 중사는 해당 사실을 부대에 알렸으나 부대 조직원들은 가해자를 감싸 결국 이 중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군 당국의 부실수사 의혹까지 제기되며 이른바 ‘이예람 특검’이 출범했다. 이번 추가기소도 특검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