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튀르키예(터키)와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통해 기아 위기의 최빈국에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회담에 참석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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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한 통화 중 ‘이 곡물을 지부티, 소말리아, 수단과 같은 나라에 공짜로 주자’고 말했고, 이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곡물 수출선이 심각한 식량 위기와 기근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에 도달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논의했으며,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의제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이 아프리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인간성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튀르키예는 유럽의 이런 사고방식과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에 놀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나,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항로를 악용해 자국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며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때 선박 218척의 출항이 막히기도 했으나, 지난 2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밝히고 협정에 복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 복귀 이후 러시아가 여전히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최빈국에 대한 식량 공급은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협정 체결 이후 줄곧 수출된 곡물 중 일부만이 최빈국에 공급됐으며,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제약도 여전하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이달 19일 이후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