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계열사 한국신용평가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18년 한국 신용평가 컨퍼런스’를 열고 내년 한국 국가와 기업 신용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이사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한국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아 내수가 활성화되는 등 더 큰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구즈만 이사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새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개혁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여유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신용등급 위험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분석이다. 구즈만 이사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등 우발위험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가계부채에 대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요소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 정도를 ‘매우 낮음’에서 ‘낮음’으로 올렸다. 구즈만 이사는 “한반도 긴장고조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 한국이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대형 소비국가이다 보니 관련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통과 자동차 업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크리스 박 무디스 홍콩 이사는 “자동차 업종과 유통업종은 경쟁심화에 사드 이슈까지 더하며 내년에도 업황이 비우호적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디스와 한신평은 최근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다는 등 사드 보복 해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통과 자동차 업황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유통업종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 구조가 변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사드 이전의 수익성 지표를 봐도 계단식 하향을 보이고 있어 사드 이슈만 해결된다고 해서 업종이 우호적,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통과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정유, 화학 업종은 올해에 이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좋다는 평가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국내 23개 민간기업들의 내년 신용등급이 대체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무디스가 평가하고 있는 23개 기업 중 ‘긍정적’ 신용등급전망을 보유한 기업은 4개사, ‘부정적’ 전망을 보유한 기업은 1개다.
무디스와 한신평은 국내 기업들의 위험요소로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이나 원화의 평가절상, 예상과 달리 부진한 업황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