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에 대한 안건을 가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이날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있어 이해관계자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법정관리 기간 중에도 최우선으로 팬택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법원, 법정관리 신청 받아들일까
팬택이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팬택의 회생 여부는 이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앞으로 1개월 내에 팬택의 법정관리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업계에선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팬택의 워크아웃 기간 중에 채권단이 실사한 결과, 팬택의 존속가치(3824억 원)는 청산가치(1895억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팬택의 존속가치가 높다고 해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팬택은 워크아웃 기간 중 수출을 접고 내수 시장에 전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그동안 팬택 제품 구매를 거부하면서 팬택은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도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지난 두 달간 720억 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제3자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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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550개 협력사와 채권단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법원은 1주일 내에 모든 채권·채무 관계를 동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2154억 원, 우리은행 948억 원, 농협은행 779억 원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팬택 태권 5230억 원은 환수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다만 법원이 팬택 청산을 결정할 경우 채권단은 담보권이 있는 채권을 가지고 담보권 행사를 해 일부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550개 협력사다. 팬택의 채권·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팬택에 부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는 협력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영세 업체여서 줄도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협력사 한 관계자는 “설마설마했던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며 “팬택 납품 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팬택 임직원 “예상은 했지만…”
이날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상암동 팬택사옥은 한 마디로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결정이 났지만 예상보다는 임직원들이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이날 오후 2시와 3시 두 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모아놓고 법정관리 신청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사장은 이어 김포공장을 방문해 생산직 직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팬택 관계자는 “이 사장은 간담회에서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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