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평행이론' 불거진 尹…닮은 듯 다른 두 사람

글로벌 금융위기 겪은 MB…스태그플레이션 속 취임한 尹
각종 인사논란에 취임 직후 지지율 급락
정치경력은 차이…정치 초보 '尹' 의원·서울시장 거친 MB
"MB, 금융위기 극복하며 지지율 회복…尹도 위기극복시 지지율 오를 것"
  • 등록 2022-07-12 오후 4:20:29

    수정 2022-07-12 오후 4:29:46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과 함께 인사 논란이 겹쳐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선까지 후퇴하며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계속된 인사논란에 지지율이 급락한 윤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평행이론’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취임 초 두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환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취임한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란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당시 세계적인 금융그룹 등이 줄줄이 도산하며 경제 위기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찾아온 스태그플레이션(불경기+인플레이션)이란 위기 속에 취임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 안정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이다.

경제 위기 속에 취임한 두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차에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도 취임 두 달 만에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자 조기 레임덕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부정 평가는 60%를 넘기며 긍·부정의 격차는 곱절 가까이 벌어졌다. 두 전·현직 대통령 모두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지지율 하락 속도가 이례적으로 가팔랐다.

지지율 악화의 주요 요인도 비슷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대표되는 편향인사가 지적을 받았다. 윤 대통령도 ‘검찰’ 중심의 편중인사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결정타는 다소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른바 ‘광우병 파동’으로 불린 ‘한·미 소고기 졸속 협상’ 논란 이후 지지율이 급락했다.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자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MB정부는) 참여정부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설거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야권의 반발을 불렀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 특유의 정제 되지 않은 발언이 불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21일 “도시 근로자들은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게 된다.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며 시위대를 직격했다. 이후 취임 100일가량이 지난 2008년 5월 말, MB 지지율은 20%대로 반 토막 났다.

윤 대통령은 ‘비선’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공식 행사에 지인이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지인 동행 논란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다만 두 사람의 차이점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직후 대선에 뛰어들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정치경력의 유무의 차이다.

이런 차이가 현재 여당의 내홍을 불어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채 정권을 잡으면서 당내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갈등의 표면화가 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기 때문에 취임 3년차 3분기 지지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윤 대통령도 지금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지지율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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