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유엔 만류에도 대마초 밀수범 사형 집행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싱가포르가 유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마초 밀수 혐의로 구속된 사형수의 형을 집행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약 밀매범 탕가라주 수피아의 여동생 릴라바시 수피아가 싱가포르에서 사면을 청원하는 탄원서를 들고 있다. (사진=AFP)

싱가포르 교도소는 대마초 1㎏을 밀수한 혐의로 2018년 사형을 선고받은 탄가라주 수피아(46)를 이날 오전 교수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500g 이상의 대마초를 거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탄가라주는 지난 24일 집행 유예를 신청했지만 다음날 기각됐다. 탄가라주의 가족들과 사형 반대 활동가들은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사면을 호소했다.

탄가라주는 체포됐을 때 대마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검찰은 그의 전화번호 2개를 추적한 결과 그가 마약 운반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탄가라주는 마약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탄가라주는 2018년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항소했지만 2019년 8월 기각됐다.

전날 유엔은 싱가포르 당국에 사형을 집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마약 범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국제 규범과 기준에 어긋난다”며 “사형이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탄가라주의 처형은 올해 들어 싱가포르의 첫 사형 집행이었다. 싱가포르는 2020년과 2021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명을 처형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형수에 대한 교수형은 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았으며 중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케이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사형제도를 없앤다면 싱가포르로 들어오는 마약의 유입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며 당신과 형제들을 포함한 다른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대중들이 사형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