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화재까지 엎친데 덮친 르네사스…日자동차업계 직격탄

지난달 진도6 지진 후 화재까지…엎친 데 덮쳐
10년간 실적부진으로 전공정 공장 반토막
직원들 사이에선 "저주받는 것 같다" 토로 나와
지난해 반도체 충분히 사들인 韓, 타격 적을듯
  • 등록 2021-03-22 오후 4:42:02

    수정 2021-03-22 오후 9:35:55

일본 내 르네사스공장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반도체 공급부족을 극복할 태세를 갖춰가고 있었는데, 최악의 타이밍이다.”

지난 19일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일본 르네사스의 주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대만 TSMC에 몰린 반도체 주문 일부를 르네사스가 맡아 생산하던 와중에 화재로 공장이 멈추자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일본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던 르네사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화재가 발생해 생산을 중단한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 나타 공장에서 빨라야 한 달 뒤에야 생산을 재개할 수 있게 되면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공장 재가동이 한 달 걸리면 공급을 정상화하기까지는 3개월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사장은 지난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공급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공장은 르네사스 내에서도 최첨단 제품인 300mm 웨이퍼를 생산하던 곳으로, 생산 규모도 가장 큰 곳이다. 이번 화재로 시설 제조장비 약 2%가 피해를 입었다. 르네사스는 가동 중지로 인한 자사 피해액이 매달 170억엔(약 1768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바타 CEO는 화재의 영향을 받은 생산량의 3분의 2가 자동차 칩이라고 밝혔다. 불탄 공장에서 만들던 칩을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제조 여력은 극히 한정적”이라며 대체 생산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는 르네사스로서는 엎친 데 덮인 격이다. 지난 10년간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겪은 탓에 전(前 )공정 공장을 절반으로 줄여온 탓이다. 전공정은 원반 형태의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공정으로, 웨이퍼를 칩으로 잘라 제품화하는 후공정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설비투자가 더 필요하다. 2011년만 해도 르네사스는 국내외에 전공정 공장 12곳을 뒀지만 현재는 7곳만 남았다.

설상가상으로 비축해둔 재고도 떨어져 가는 상황이다. 지난달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6 지진으로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하면서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3개월간 공장이 멈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재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해오던 르네사스였지만, 한 달 간격으로 찾아온 재해에 속수무책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화재에 대해 “불운이 겹쳤다”고 평가하며 직원들 사이에선 “저주받는 것 같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에 시달리던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일본 자동차 업계 감산 규모가 50만대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인해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 온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한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경쟁사들이 코로나 여파로 반도체 수요를 줄일 때 반도체를 충분히 사들여 비축해둔 상태다. 애초 현대차도 생산을 줄일 계획이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칩 생산을 줄이는 추세를 읽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주 단위로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면서 재고를 보유한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고 있지만, 공급 부족 확산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여파로 차량 수요가 줄어든 와중에도 반도체를 사들여 문제없이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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