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사라지는 남북경협 상징..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종합)

정부, 개성공단 중단 장기화에 재단 해산 수순
2016년 가동 중단 후 586억 경비 충당...비효율성 지적
입주기업 “재단 해산은 짧은생각..피해보상 요구”
정부 “기업지원업무 지속, 직원 희망퇴직 불가피”
  • 등록 2024-01-04 오후 4:39:26

    수정 2024-01-04 오후 7:19:14

[이데일리 윤정훈·김경은 기자] 정부가 남북 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개성공단 관련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개발과 운영을 지원했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을 해산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다.

2022년 10월 5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정부는 재단의 운영 효율성과 북한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단을 해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남북한의 대립관계와 북한이 비핵화 기조가 없다는 점을 봤을 때 매년 투입되는 수십 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재단 철수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단 운영은 매년 약 70억원이 들어가며, 올해도 69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있다. 2016년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나서도 현재까지 584억원 가량이 운영경비로 충당됐다.

또한 작년부터 북한이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시설을 훼손 및 철거하고 무단 가동하고 있는 점도 개성재단 해산의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그동안 재산권 침해를 중단하고,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했지만 북한은 무단가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태도가 변함이 없고, 최근 북한의 우리 재산권 침해 상황을 보면 재단 업무 재개 가능성이 낮다”며 “재단도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운만큼 재단 해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성재단은 2007년 출범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 출입증,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해 왔지만 2016년 공단 운영이 중단된 뒤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나마 해오던 기업의 등기처리 업무도 2016년 1990건에서 작년에는 97건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예산 절감 등을 위해 재단을 청산하고, 관련 업무를 통일부 등 정부기관으로 업무이관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업무이관과 관련한 개정안을 오는 16일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는 시점은 3월말로 예상된다. 재단이 해산된 뒤에는 청산 법인으로 전환해 5명 이내의 규모로 운영된다. 이에 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40여명의 직원들은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 퇴직금은 현재 규정상 6개월 월급이 지급된다. 정부는 추가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정부의 발표를 듣고, 정당한 피해보상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가 재단을 해산키로 한 것은 짧은 생각”이라며 “대북 정책은 제재 일변도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강대강’으로 부딪혀서 누가 더 잃을 게 많겠나”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016년 2월 공단이 폐쇄된 이후 국내외로 대체 부지를 찾아 사업을 이어왔으나 상당수가 휴·폐업에 들어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협회가 추산한 실질 피해액은 투자자산 5936억원, 유동자산 2452억원 등 1조3240억원이다. 반면 정부는 이들 피해액을 7862억원까지 인정했으며 이중 5412억원을 지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단이 해산이 되더라도 입주했던 기업의 재산권 보호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업무는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된 필요한 조치도 병행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4년 12월 첫 가동을 시작해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할 때까지 12년간 남북화해의 상징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총생산액도 32억3000만달러(현재환율 기준 4조2000억원), 입주한 우리 기업은 125개, 이곳에서 근무한 북한 근로자수도 5만5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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