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면서다. 특히 오 시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노원구 상계 주공 아파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안전진단 등 서울시 권한 밖의 재건축 규제가 여전해 예상만큼의 재건축 호황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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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와 동일한 0.05%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주에 비해 0.02%포인트 낮아진 0.34%를 기록했다. 다만 인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상승해 0.49%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파트 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상계주공아파트(1~16단지·상계동)가 몰려 있는 노원구는 0.09%를 기록, 강북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주보다 0.01%포인트 오른 상승률이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0.1%를 기록,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앞서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2년 만에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고, 현재 적정성 검토 결과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노원구는 상계동과 중계동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송파구는 역세권 근처 구축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인근 A공인은 “서울 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대감이 커졌다”며 “그러자 매도자들도 급한 상황아니면 굳이 팔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계주공아파트는 1980년대 신시가지 주택사업을 통해 조성된 대규모 단지다. 입주를 마친 상계주공8단지(포레나노원)에 이어 나머지 15개 단지도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상계주공 1단지와 6단지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상계주공 3·4·9·10·11·12·14단지 등도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른 재건축 단지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근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목동11단지에서도 ‘재도전’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사업진척이 더뎠던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의 안전진단을 빠른시일 내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근 K공인은 “탈락한 후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다시 시장이 바뀌면서 못해도 2년 안에 안전진단을 다시 추진해보자는 요구들이 많다”며 “이제는 불안했던 분위기가 걷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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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건은 안전진단이다. 안전진단은 정부가 수립한 기준(고시)에 따라 평가되며, 지난해 6·17대책 당시 안전진단 기준까지 강화했다. 기존 서류 심사 위주의 검토에서 현장조사 기능을 강화했고, 철근 부식도·외벽 마감 상태 등을 꼼꼼하게 평가하도록 했다.
물론 정밀 안전진단의 평가기관을 선정하는 건 시·도의 권한이긴 하지만, 고시에 명시된 평가 기준이 있어 시·도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또 적정성검토(2차 안전진단)는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담당한다. 만약 안전 평가 기관이 부실하게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고 평가 자격이 박탈 되는 등의 패널티도 주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안전진단”이라며 “용적률 완화·층수 완화 등은 서울시의 권한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넘어야하는 안전진단에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은 기대감만으로도 시세가 올라가는 사업”이라며 “층수 룰에 묶여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사업장들이 재건축 사업에 다시 뛰어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