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아베'戰 시작된다… 한일 관계 전환점 될까

2021년 9월 1년 단명 총리…차기총리 발판으로 주목
한일 관계 개선할 '모멘텀'될까 기대
후계자 키우지 않은 아베…자민당 총재戰 치열할 듯
  • 등록 2020-08-28 오후 5:38:26

    수정 2020-08-28 오후 6:01:03

28일 도쿄 거리에 전광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의 표명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새로운 자민당 대표가 뽑히는 대로 내각총리직을 사퇴한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총재(당 대표) 선거를 서두르고 있다. 새로운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임기를 이어받아 일본의 총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임기는 2021년 9월 끝난다. 약 1년짜리 단명 총리인 셈이다. 그러나 다음 총리직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하는 만큼 ‘포스트아베’를 둘러싼 다툼은 치열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 제2차 집권 기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퇴임은 우리나라에게도 한일 관계를 개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포스트 아베에 누가 될지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출마를 유력시하고 있다. 현 체제를 이어받는 의미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日 전쟁책임을 직시하지 않았다”…이시바 시게루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현재까지 집권한 최장수 일본 총리다.

장기 집권 기간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베 총리가 의도적으로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당의 인사와 예산권을 잡는 ‘간사장’(우리나라에서는 사무총장격)이 통상 ‘넘버2’로 취급되지만, 아베 총리는 간사장 자리에 총리 후보가 되지 않을 중진의원을 선임했다. 아울러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각 파벌의 인재를 고루 중용하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은 점점 주요 직위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파벌정치의 힘을 뺐다.

자연스럽게 자민당 내 반(反)아베 세력은 자취를 감췄다.

2018년 자민당 총재직에 출마 당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그중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유일한 아베 총리의 정적(政敵)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포스트 아베를 뽑는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특징은 오히려 자민당 지지자보다 비(非)지지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 ‘야당’이라고 인식되는 탓이다.

그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자민당의 주류와는 궤를 달리한다. 한일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던 무렵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책임을 직시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본이며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나치의 전쟁 범죄를 재판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과는 별개로 전쟁책임을 스스로 인정해 온 독일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인물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대중적인 지지와는 별개로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당내 지지기반이다. 속칭 ‘이시바파’로 불리는 의원은 자신을 포함한 19명으로 총재선거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수 20명에도 못 미친다.

한일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포스트 아베 후보들은 범주류로서 아베 총리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아베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만은 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대중의 지지가 가장 높은 인물이 총리가 되는 구조가 아니다.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인 만큼 각 파벌의 정치적인 셈법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인다.

특히 이번 총재선거는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의 표명과 코로나19에 따라 긴급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지방의원을 포함하지 않은 ‘양원의원총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이 전체 표의 75%에 달하기 때문에 통상의 총재선거전보다 훨씬 더 일반당원의 의향이 반영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조회장과 아베 세력과의 정치적인 밀약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스가 장관에게 1년에 한정해서 수상을 하게 한 뒤, 10월 중의원 선거 이후 기시다 정조회장을 밀어준다는 이면합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fp제공]
사실 아베 총리가 밀고 있었던 후임 총리는 기시다 정조회장이었다. 그는 2015년 외무상으로서 한일 위안부 협의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마이니치 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 “기시다 전 외무상이 없었으면 합의금(10억엔)은 한 자리 수 더 낮아져 한국과의 교섭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인이 한일 국교정상화를 이끌었던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의 정치적 후예라는 점을 고려해 그가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으나 정치인으로서 인기는 그 위상에 비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다.

자민당 의원들로서는 총리 임기 직후 치러지는 2021년 10월 중의원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니치 신문은 “기시다 정조회장으로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이길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총리 주변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아베 3기 내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 장관이 2019년 4월 1일 일본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 발표로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 높였다.[사진=afp제공]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스가 장관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하나인 그는 ‘정부의 입’으로서 대중의 인지도도 높은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장관의 총리직 승계가 현재 주류 세력에게는 오히려 판을 흔들지 않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석 아래 일본 언론에서는 간사장직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최근 스가 장관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당내 43명의 니카이파를 주도하는 이다.

만약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된다면 아베 총리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 된다.

현 체제를 이어받는 측면에서는 아소 다로 부총리·재무상도 거론되지만, 국민적 인기가 낮다.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지만…고노 다로 방위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23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도통신 제공]
트위터나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고노 다로 방위상도 종종 기대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 전 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의 큰 획을 그은 고노 전 총리의 아들이었던 만큼 그가 외무상으로 취임할 당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등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아버지와는 달랐다. 징용 문제 당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한 뒤 대사의 말을 끊으며 “매우 무례하다”고 화를 낸 모습은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SNS을 통해 구축한 친근하고 자유로운 이미지, 외무상으로 있는 약 2년간 123개국·지역을 방문할 정도로 행동력있는 모습은 ‘돌파력’이 있다라고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 간사장 등 당내 주요직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총재 후보로서는 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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