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조원 투입` 대우조선, 관건은 업황…채무조정도 신용도에 부담

해양플랜트 손실 지속…신규수주 전망 불투명
채무조정안 합의, 신용도 미치는 영향 부정적
  • 등록 2017-03-23 오후 1:54:57

    수정 2017-03-23 오후 1:55:20

대우조선해양 영업실적(왼쪽)과 공모사채 만기 현황.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존폐 기로에 놓였던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또 다시 수조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보호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바람처럼 이번 지원이 재무·수익구조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통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50%를 출자 전환하고 50%를 만기 연장하는 등 이해관계자 채무조정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규모 지원 발표 후 1년 반도 되지 않아 정부 구원의 손길이 미치는 것이다.

당국의 추가 지원은 이미 예상됐던 조치다.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4400억원을 비롯해 연내 9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고 수주 부진에 따른 연평균 1조원 안팎의 잉여현금흐름상 부족자금 발생 등 유동성 위험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2015년 지원금액은 4000억원도 남지 않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해 확보 가능한 유동성도 50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지원 당위성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채권단 자율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 번 지원이 실패한 상황에서 기관을 압박해 또 지원하겠다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며 “대선을 한 달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발표하는 것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당위성 여부를 떠나 경영 개선의 키는 손실규모가 컸던 해양 플랜트부문과 신규 수주 회복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해양 플랜트부문은 사업구조가 나아졌다는 게 금융위 평가지만 아직 1월말 기준 총 11기, 126억달러 규모의 공사가 남은 상태다. 대부분 공사의 예정원가율이 높아 공정 진행사항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도대금 1조1000억원 규모의 소낭골 프로젝트(드릴십 2척) 인도 지연은 악재다. 드릴십 소유·운영을 위한 출자 결의 등 인도대금 정산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적기인도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선산업 수주 환경에 대해서도 당국과 업계간 전망은 엇갈렸다. 금융위는 국내 조선업체 강점분야인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크게 늘고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도 기대했다. 하지만 당분간 수주 절벽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6~2020년 연평균 글로벌 조선산업 수주금액은 660억달러로 이전 5년(2011~2015년) 107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홍석준 한신평 연구원은 “과거 수주 부진으로 올해부터 건조물량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매출 급감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적정수준의 건조물량 확보와 수익성 중심 선별수주를 동시 충족키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원가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의 수주물량이 확대되면서 경쟁 강도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이해관계자 채무조정안이 합의되면 신용도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회계정보 불확실성도 내재됐다. 지난해 반기와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이 ‘한정’으로 제시됐으며 작년 감사보고서는 제출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최근 한두달간 신용평가사 3개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도를 일제히 낮춘 바 있다. NICE신용평가는 이달 16일 단기간 내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회사 신용등급(B+)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번 방안을 통해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회사채 만기 연장이 이뤄지면 회사 차원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채권 권리 자체가 변경되기 때문에 신용도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며 “내년까지야 기존 수주물량을 진행하면 현금이 창출되겠지만 신규 수주가 여전히 부진할 경우 2019년부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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