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친정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디지털경제의 도래와 공정거래정책과제`를 주제로 가진 초청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조 위원장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KDI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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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사회가 급속히 디지털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강력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과 EU보다는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시가총액은 시장 전체 시총의 15%에 달하지만, 한국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검색엔진 시장 1위 사업자 점유율의 경우 미국에선 구글이 88%를 차지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52% 정도다.
그러면서도 조 위원장은 플랫폼을 `새로운 갑(甲)`이라고 지칭하며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및 전자상거래법의 조속한 제·개정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소사업자의 경우 특히 플랫폼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힘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지만, 기존 오프라인 갑을 관계법으로 (온라인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또 소비자 이슈에서도 해외 직구를 포함한 온라인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현행 전자상거래법으로는 이를 포섭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올해 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하고 거래금액 기반 기업결합 신고기준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위 자체의 법집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CT 전담팀을 확충해 플랫폼 경쟁 제한을 집중 감시하는 한편 거래현황 및 경쟁양상 실태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미디어 컨텐츠 △유통 △금융 △자동차 △플랫폼 모빌리티 등 5개 분야를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가 심한 사업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해 전문가 그룹과 함께 집중 분석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디지털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경쟁법 집행기준·구조·수단 등도 지속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가 생각하는 디지털 공정경제는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디지털 공정경제다. 규제가 목적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이 목적”이라며 “공정경제를 통해 혁신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