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삼성 고동진·野는 현대 공영운…정치권, 잇단 기업가 영입

국민의힘 '갤럭시 신화' 고동진 영입
"풍부한 현장 경험과 높은 경제 이해도"
민주당은 '전략기획통' 공영운 영입
경제인 영입에 "일회용 아닌 자산으로 키워야"
  • 등록 2024-01-22 오후 5:06:55

    수정 2024-01-22 오후 10:04:29

[이데일리 이수빈 경계영 기자]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22일 동시에 기업인 영입 인재를 발표했다. 지난 18일 동시에 저출산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영입 인재까지 경쟁 구도가 그려졌다. 이들 정당은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인을 영입해 민생 우선, 경제 전문 정당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의 영입이 이벤트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내 정치적 자산으로 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영입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용운 전 현대차 사장 영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국민의힘 `갤럭시 신화` 고동진 영입…韓, 아이폰 대신 갤럭시로 셀카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을 열고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선도한 ‘갤럭시 신화’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은 고 전 사장 영입을 발표하며 “풍부한 산업현장 경험과 높은 경제 이해도는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산업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더 나은 민생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재 영입식에서 “정말 저희가 모시고 싶었던 분”이라며 “40년 IT 발전, 갤럭시의 위상을 만들어주신 분이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추켜세웠다. 한 위원장은 고 전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 하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영입에 공을 들인 인재임을 보여주듯, 그는 이날 평소 사용하던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 스마트폰을 준비해 왔다. 이어 “고 사장님을 모시면서 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좀 이상하다”며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퍼포먼스를 했다.

고 전 사장은 “저의 첫 화두는 청년의 미래이고, 두 번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세 번째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력 양성, 네 번째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배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 전 사장은 국민의힘 입당 배경에 대해 “(한 위원장과의) 첫 번째 통화에서 청년의 미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 적극 공감했다”며 청년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전략기획통’ 공영운 영입…“청년·미래 문제 다뤄야”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인재 영입식을 열고 제9호 인재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공 전 사장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현대차에서 전략개발팀장과 해외정책팀장, 홍보실장(부사장)을 거쳐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현대차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탑3로 올라서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라며 “경제 현장에서 큰 성과를 낸 공 전 사장 같은 분들을 모셔서 민주당의 정책과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전 사장은 “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경제 분야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안을 찾아 나가는데 힘을 보태고자 정치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 전 사장 역시 현 정치권에서 청년과 미래 세대를 중점에 둔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요즘 우리 정치권이 벌이는 논쟁의 주제들이 과연 청년들이 귀 기울여 들을만한 것인지 감히 묻고 싶다”며 “논쟁의 주제를 바꿔 나갈 때다. 청년들이 느끼는 생활상의 문제와 어려움을 하나씩 꺼내 논점으로 삼는 것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아가 미래의 문제를 다루면 더 좋을 것”이라며 “제가 잘할 수 있는 경제 분야부터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매번 경제 전문가를 영입해 왔으나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의 홍성국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경제 전문가들이 정치권에서 자리 잡기는 녹록지 않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정치는 삼류, 기업은 일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가를 영입하면 참신한 이미지를 챙길 수 있다”며 “경제정당, 미래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여야는 항상 기업인을 영입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적 영역에서 ‘일회용’으로 쓰지 말고 당의 정치적 자산으로 축적할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며 “경제인 영입은 바람직하지만 어느 만큼 영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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