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먼저 간 제자들 품으러 간 참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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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속 발인' 故 강민규 안산 단원고 교감
  • 등록 2014-04-21 오후 7:03:06

    수정 2014-04-21 오후 7:03:06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제자들과 영원히 함께 하길 원했던 영원한 스승이 세상을 떠났다. 고 강민규(52) 단원고 교감. 제자 사랑이 극진했던 그는 차디찬 바닷속에 잠긴 제자들과 하늘에서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일 새벽 4시30분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장례식은 온화하고 과묵했던 생전의 성품처럼 차분하게 치러졌다.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고인의 장례식엔 유족과 후배 교사, 제자 등 100여명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고인이 탄 운구차 뒤를 따르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30여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올곧게 살아온 강 교감의 면면을 기억하는 수십명의 제자들은 그를 태운 운구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강 교감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안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지병인 당뇨로 탈진한 상태에서 구조됐다. 그러나 200여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실종 상태인 것을 알고는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실종된 제자들이 돌아오길 학부모들과 함께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마음의 짐을 이겨내진 못한 강 교감은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평생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이길 바랐던 그는 삶의 마지막도 제자들의 곁을 택했다.

지갑에서는 발견된 유서에서 그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며 두 달 남짓, 짧았던 단원고 제자들과의 인연을 하늘에서도 이어가길 소망했다.

충남 보령 출신의 강 교감은 공주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87년 처음 교단에 섰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장교 출신인 그를 지인들은 ‘강직하고 올곧았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구조된 후 치료조차 받지 않고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제자들을 기다리는 그가 걱정돼 찾아간 강 교감의 부인과 자녀들은 “제자들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 있는데 어떻게 집에 갈 수 있냐”는 강 교감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족들은 “퇴근길에 주운 학교 앞 쓰레기를 집에서 버릴 정도로 학교와 아이들만 생각하며 바르게 살았던 사람”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교감으로 승진한 그는 단원고를 지원해 지난 3월부터 단원고 제자들과 함께 했다. 그는 도시의 부유한 학교보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골라 지원했다고 한다.

20여년 전부터 강 교감과 친분을 나눠온 추교영 광덕고 교장은 “화려하고 좋은 것보다 순박하고 착한 아이들 곁에 있길 바랐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오랜 지인인 안병국 안산고 교감은 “30년 교직 생활 동안 만난 사람들 중 몇 안되는 존경하는 분”이라며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생전의 고인을 기억하며 추모의 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모든 것을 본인이 안고 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나를 탓하고 다른 모두는 용서하라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저승에서라도 제자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강 교감은 운구차를 타고 그가 영원히 함께 하기를 원했던 제자들이 남아 있는 단원고를 둘러본 뒤 수원 연화장 불꽃 속에서 제자들을 찾아 영원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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