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여환섭 "檢신뢰 회복 위해 사건처리 투명성 높여야"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사건처리 기준과 과정 투명하게 공개 필요"
"검찰시민위원회 소집해 조사 과정 참관토록"
  • 등록 2022-09-07 오후 4:37:46

    수정 2022-09-07 오후 4:37:46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여환섭(54·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만 24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며 사직인사를 남겼다. 그는 검찰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를 위해 사건 처리의 투명성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여 연수원장은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현재 정치적 상황과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검찰에) 닥칠 위기는 기존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책이 있을 리가 없다”고 후배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그는 “신뢰는 투명성에서 나온다”며 “사건 처리 기준과 그 처리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정치 쟁점화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 원장은 무작위로 추첨한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수사의 착수 여부, 사건 관계인의 소환 여부, 각종 영장의 청구 여부, 기소와 불기소 여부 등 모든 단계에서 위원회의 동의를 구하고 조사 과정에도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수사 종결 후에는 위원회가 백서를 발간해 국민들에게 수사결과를 소상히 알리고, 절차나 재판이 끝난 후에는 기록을 모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 원장은 “정치는 권력 쟁취를 목표로 하는 탐욕이 본질적 요소이고, 법치는 보편적 이성에 근거해 정치의 폭주를 막는 역할을 하므로 항시 서로 충돌하고 갈등한다”며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은 버리고 검찰 스스로 투명한 제도와 관행을 정교하게 만들어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13년 KBS 수신료 1500원 인상안이 여론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서 부결된 것과 지난 정부의 수사권조정안이 국회를 수월하게 통과한 것을 비교하며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국민들 호주머니 속 1000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도 된다”고 꼬집었다.

여 원장은 “조직 구성원 전체가 정치적 외압에서 검찰을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하고 투명성 확보 방안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중지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실천할 때 다가오는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남긴 채 검찰을 떠나지만 밖에서 늘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 4명 중 검찰총장 후보자로 최종 지명된 이원석(53·27기) 대검 차장검사를 제외한 여 원장, 김후곤(57·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58·25기) 대전고검장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서울고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이 이원석 총장을 중심으로 잘 뭉쳐서 검찰의 봄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이원석(오른쪽) 검찰총장 후보자가 퇴임하는 김후곤 서울고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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