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해외 디지털뱅크 출범
해외 디지털뱅크 출시를 선도하는 곳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을 합병하면서 든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하나은행은 작년 1월 캐나다에서 한국계 은행 최초로 디지털 뱅크인 원큐(1Q)뱅크를 출시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중국에서도 원큐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인증은 물론 금융상품 가입, 조회, 이체 등 웬만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9월 캄보디아에서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선보인 후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3월 방글라데시에 이어 4월 일본, 인도, 홍콩으로 확대했다. 내년 3월까지 글로벌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구축해 우리은행 해외 현지법인에서 모두 디지털뱅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해외 첫 디지털뱅크인 ‘Liiv KB 캄보디아’를 출범했다. 지금은 충전, 해외송금, 거래내역조회 정도만 가능하지만 향후 예·적금가입, 대출 등을 추가하고 캄보디아 현지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출금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의 서비스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동남아의 다른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승부…한류 더해 차별화
국내 은행들이 해외 시장에서 디지털뱅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의 영업점 중심의 현지화 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은 “과거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은 영업점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업금융지원에 주력해 개인소매영업의 현지화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개인소매영업의 현지화가 글로벌 수익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서 한국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간단한 금융거래나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수준. 소수의 영업점으로 현지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결국 디지털뱅크 밖에 없다는 얘기다.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내외인데다 모바일 시장이 매년 15~18%씩 성장하고 있어 디지털뱅크로 공략하기 좋은 환경이다.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에 나가 수백 개, 수천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 은행과 경쟁을 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모바일 뱅킹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점이 필요 없는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