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으로는 싸움 안된다"..은행 디지털뱅크로 해외 공략

비대면 채널 통해 현지인 끌어들이기
금융거래 서비스에 한류 등 콘텐츠 더해 차별화
동남아시장 진출 확대 계획
  • 등록 2016-10-04 오후 3:19:00

    수정 2016-10-04 오후 6:58:15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뱅크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교민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인을 공략하려면 영업점 없이도 금융거래가 가능한 디지털뱅크가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은행권 수익에서 2~20%에 불과한 해외 부문 비중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초저금리 시대 파고를 넘기 위한 은행권의 전략이다.

줄줄이 해외 디지털뱅크 출범

해외 디지털뱅크 출시를 선도하는 곳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을 합병하면서 든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하나은행은 작년 1월 캐나다에서 한국계 은행 최초로 디지털 뱅크인 원큐(1Q)뱅크를 출시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중국에서도 원큐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인증은 물론 금융상품 가입, 조회, 이체 등 웬만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9월 캄보디아에서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선보인 후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3월 방글라데시에 이어 4월 일본, 인도, 홍콩으로 확대했다. 내년 3월까지 글로벌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구축해 우리은행 해외 현지법인에서 모두 디지털뱅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최다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작년 12월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를 개시했다. 보다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서다. 지난 6월에는 베트남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자동차 금융서비스인 ‘써니뱅크 마이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딜러가 자동차 구입고객의 대출정보를 입력하면 1분 만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해외 첫 디지털뱅크인 ‘Liiv KB 캄보디아’를 출범했다. 지금은 충전, 해외송금, 거래내역조회 정도만 가능하지만 향후 예·적금가입, 대출 등을 추가하고 캄보디아 현지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출금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의 서비스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동남아의 다른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승부…한류 더해 차별화

국내 은행들의 디지털뱅크는 각종 금융서비스 뿐 아니라 한류를 담은 콘텐츠와 각종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앱에서 한국의 패션과 연예인 미용 정보, 한국의 맛집, 한국의 가볼만한 곳, 온라인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현지 언어 채팅이나 선불 휴대폰 쿠폰 충전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핀테크와 콘텐츠의 합성어인 ‘핀테츠’로 차별화하면서 스마트폰 주요 사용자인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베트남 써니뱅크는 지난 6월 말 기준 회원 2만2000명 중 90%가 20~30대다.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아도 젊은 층 공략이 향후 잠재적인 은행 고객확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시장에서 디지털뱅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의 영업점 중심의 현지화 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은 “과거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은 영업점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업금융지원에 주력해 개인소매영업의 현지화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개인소매영업의 현지화가 글로벌 수익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서 한국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간단한 금융거래나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수준. 소수의 영업점으로 현지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결국 디지털뱅크 밖에 없다는 얘기다.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내외인데다 모바일 시장이 매년 15~18%씩 성장하고 있어 디지털뱅크로 공략하기 좋은 환경이다.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에 나가 수백 개, 수천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 은행과 경쟁을 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모바일 뱅킹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점이 필요 없는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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