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무거울 것 같아 절단"..무표정한 얼굴로 범행 재연

동네 주민들 "평소 인상 깔끔하고 순해..끔찍한 범행 믿어지지 않아"
범인 조씨 "최씨가 부모 욕해 우발적 범행" 주장
  • 등록 2016-05-10 오후 3:49:33

    수정 2016-05-10 오후 3:49:33

경찰이 10일 오전 경기 안산 대부도 시신 훼손 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의 거주지인 인천시 연수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조씨를 동행해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고준혁 기자
[인천·안산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무표정한 얼굴에 긴장한 기색조차 없었다. 둔기로 사람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경기 안산 대부도 ‘시신 훼손’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의 얼굴에는 수염이 거뭇하게 자랐고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10일 오전 인천 연수동의 한 연립주택 앞에서 조씨의 범행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인지 흉악범을 보려 나온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 경찰 100여명이 현장 주위를 철저히 통제했다.

현장 검증은 조씨가 피해자 최모(40)씨와 함께 살았던 인천 연수동 연립주택에서 시작됐다. 오전 9시 40분쯤 조씨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시신을 대신한 모형을 들고 경찰이 뒤를 따랐다. 약 40분에 걸쳐 최씨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 및 방치한 행위를 재연하는 현장 검증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립주택 맞은편 마트 주인 이모(51)씨는 “평소 조씨를 본 기억이 없었는데 처음 텔레비전 뉴스에서 가게 바로 앞에 살인자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연립주택과 두 블록 떨어진 운동화 세탁소에서는 동네 주민이 모여 사건 현장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최모(53 여)씨는 “살인도 끔찍한 일이지만 시신을 절단 내 며칠이나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소름끼친다”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 동네 목욕탕이나 슈퍼에서 조씨를 몇 번 마주쳤다는 박모(49·여)씨는 “인상이 굉장히 깔끔하고 순한 사람인데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그 모양을 만들어 놨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연립주택에 이어 경찰은 조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안산 대부도로 장소를 옮겼다. 경찰과 조씨가 오전 11시 30분쯤 시신의 하반신을 버린 불도방조제 근처에 도착하자 취재진과 함께 있던 시민들은 “사람을 토막 내놓은 사람이 낯짝 한 번 훤하다”고 손가락질했다.

조씨는 경찰이 준비한 승용차 트렁크에서 마대자루를 꺼내 지난 4월 26일 밤 시신 하반신을 유기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 우측 방향으로 (시신을)놓은 게 맞냐”고 경찰이 묻자 조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반신 유기 현장검증은 채 5분이 되지 않아 끝났다.

마지막 장소는 불도방조제에서 약 11km 떨어진 상반신 유기장소 방아머리선착장이다. 경찰은 조씨에게 마대자루를 버리는 장면을 연출하게 한 뒤 증거 사진을 찍었다. 조씨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눈을 감은 채 5초간 마대자루를 잡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자 무표정한 얼굴로 조씨는 순순히 경찰차에 올랐다. 약 3시간에 걸친 조씨의 범행 현장 검증은 낮 12시 10분쯤 모두 끝났다.

이에 앞서 오전 8시 30분쯤 현장검증을 받으러 안산단원경찰서를 나오던 조씨는 시신을 훼손한 이유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시신을) 혼자 들기 무거울 것 같아 절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부모 욕을 해서 우발적 상황(살인)이 발생했다”며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둔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으로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을 끝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뒤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기 안산 대부도 시신 훼손 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가 10일 피해자 최모(40)씨의 상반신을 유기한 방아머리선착장에서 현장 검증을 위해 준비된 차량 트렁크에서 마대자루를 꺼내고 있다. 고준혁 기자
경기 안산 대부도 시신 훼손 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가 10일 오전 방아머리선착장 근처에 피해자 최모(40)씨의 상반신을 유기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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