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국정화 관련 발언은 전체 연설의 10분의 1가량인 4분에 불과했지만, 그 중압감은 앞의 다른 사안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화 관련 연설 때 목소리의 톤이 가장 높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화 메시지는 크게 3방향으로 갈렸다. 여당에는 “흔들리지 마라”는 주문을, 야당에는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국민에게는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정화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뜻을 확고히 전달함으로써 여론전의 우위와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중된 국정동력을 내년 4월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역사책 문제는 대통령인 자신에게 ‘믿고 맡겨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야권은 물론 국정화에 흔들리는 일부 여당 의원들도 같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야권의 여론전이 강력하게 전개되면서 국민 여론이 박 대통령의 국정화 방침에 등을 돌린다면 4대 개혁 등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조기 레임덕까지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박 대통령의 개혁 과제들은 모두 국민의 지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들인데, 국정화로 여야가 극단으로 돌아서고 시민사회가 양분되면 개혁 과제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