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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들이 도리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환자·보호자의 폭력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남성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30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남성은 최근 아내가 심정지 상태로 해당 병원에 후송됐다가 사망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피습 사건 이후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개정으로 의료진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가중 처벌도 이뤄지지만, 의료계에선 처벌 강화만으로는 잇단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응급병동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은 “폭언은 기본이고, 폭행도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응급병동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관련 사건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응급 병동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일일이 경찰에 신고하고 또 고소하기가 어려워 그냥 상황만 정리되면 넘어간다”며 토로했다. 응급병동에서 근무하는 30대 B씨도 “응급 병동에 환자도 있지만, 주취자분들도 꽤 많다”며 “폭언을 듣지 않으면 ‘운이 좋은 날’이라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의료진 절반 이상 ‘폭행 경험’…“대책 마련 촉구”
의사 단체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응급실을 비롯한 진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는 응급 환자 등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중단으로 이어져 결국 응급실 등이 마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며 “현재의 응급실에서의 폭행 등에 대한 대응방식이 겉치레에 불과하기 때문에 범죄 억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사회 구조적인 지원과 효력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도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 △재발방지와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 및 협의체 구성 △적극적인 공권력의 투입 △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제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관련 실태를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다”며 “예방 가능한 폭력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실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