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소속 중개사 매물 올린 것도 몰라
2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윈중개는 월 기준 부동산 매물 5000건 이상 등록돼 있으며 팔 때 ‘0원’ 살 때 ‘반값’으로 홍보·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등록된 매물 대다수가 네이버부동산의 매물정보를 크롤링(검색 엔진 로봇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개업공인들은 집주인이 의뢰한 단독매물을 광고수수료를 내고 네이버부동산에 광고하고 있는데 다윈중개가 이를 무단으로 크롤링해 매물을 가로채기하고 있다”며 “허위매물 옆에 교묘하게 다윈중개 회원사로 연결되게끔 유도하고 있어 업계 생태계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다윈중개에 강서구 A아파트를 검색해 ‘33평 매매 매물보러가기’를 클릭했더니 8건의 매물 정보가 뜬다. 그런데 이 중 1건만 다윈중개가 직접 집주인에게 의뢰받은 매물이고 나머지 7건은 네이버부동산에서 크롤링한 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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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링한 매물을 누르면 ‘중개사문의’ 아이콘이 보이는 데 이것을 누르면 해당 매물을 갖고 있지 않은 다윈중개 회원 공인중개사와 연결된다. 실제로 다윈중개 공인중개사에게 연락을 하면 해당 매물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지어 본인이 올린 매물이 아니라고 말하는 중개사들도 있다.
이같은 무단 크롤링은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게 협회 등의 주장이다. 네이버부동산 관계자는 “우리는 다윈중개와 매물 공유를 위한 제휴를 따로 맺은 적이 없고 해당 부동산의 허락없이 크롤링한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부동산의 매물은 일반적으로 개업공인이 CP사인 부동산114 등에 광고 수수료를 내면 부동산114에서 자신의 홈페이지와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해주는 방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해당 매물을 클릭하면 집주인에게 의뢰받은 개업공인에게 연락이 가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홍보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과련해 국토교통부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는 현재 다윈중개가 개정공인중개사법 제18조2(중개대상물의 표시 및 광고) 위반 여부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다윈중개가 허위매물을 광고하고 있다는 민원이 많아 법을 위반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심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다윈중개 측은 자사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부동산 매물 크롤링이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석환 대표는 “다윈중개 사이트에는 저희 매물도 있고 네이버부동산 매물은 링크를 연결할 뿐”이라며 “여행사이트를 보면 여러 호텔의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비교사이트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부동산 매물은 오픈소스이며 이를 보고 누구나 공동중개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동중개란 A부동산이 매도자에게 매물을 받아 광고하면 다른 B부동산이 해당 매물을 보고 매수자를 구해 중개수수료를 각각 매도·매수측에게 받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무단 크롤링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등 꾸준히 논란거리가 돼 왔다.
지난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숙박업소 정보를 무단 크롤링한 ‘여기어때’에게 부정경쟁행위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했다.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경쟁사인 야놀자의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휴 숙박업소 목록과 주소·가격정보 등을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프롭테크 등 부동산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매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단 크롤링’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개업공인들의 반발은 물론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