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돌이켜보면 1년 전에도 망언은 강의실을 떠다녔다. 각계각층의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고발이 캠퍼스의 담을 넘었을 때 꽤 많은 교수가 “요즘은 미투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며 웃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강의실 내 누군가는 그 웃음에 동조했고 누군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목소리를 삼켰을 것이다.
연예인 정준영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상대방 동의 없이 불법촬영하고 이를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유한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며칠째 일부 교수·강사는 “동영상을 구하려 했는데 못 구했다” 같은 발언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당당한 2차 가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강의실 내에서 교수가 지닌 절대적 권력이다. 불법촬영물을 남자라면 누구나 보는 야한 동영상쯤으로 치부하며 성범죄를 옹호하는 가벼움은 캠퍼스 밖에도 떠다니지만 이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르치고 평가하는 우위에 선 이들에게는 굳이 가벼움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최근 이슈로 강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의도였다며 억울해하는 교수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졸업반인 또 다른 지인은 터져 나오는 망언 소식에 “강의 시간에 할 농담이 그렇게 없느냐”며 “4년 내내 지켜보니 수업을 제대로 할 능력조차 없는 교수들이 주로 흰소리를 하더라”며 웃었다. 농담은 차라리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