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한국인 식탁에 오르는 ‘면’(麵) 요리가 늘고 있다. 주식인 쌀보다 면 소비량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이 세계 1위 면 소비국으로 오를 정도다. 가정에서 면 요리 수요가 급증하고 세분화되면서 식품업계가 다양한 면 밀키트 제품과 가정 간편식(HMR) 혹은 레스토랑 간편식(RMR) 출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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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면 즉석식품 소비량은 76.5그릇(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면 소비량이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더욱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쌀 소비는 40년 넘게 꾸준히 줄면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쌀 소비량은 지난 1979년 135.6㎏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57.7㎏까지 감소했다.
국내 면 요리 수요 다양화와 증가세는 세계 최고 권위 여행정보안내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2’ 선정 결과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총 61곳의 레스토랑 중 40%가 넘는 25곳에서 면 요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 정통식 칼국수와 냉면을 비롯해 서양식 파스타, 일본식 라멘·우동·소바, 태국식 누들, 대만식 우육면 등 종류와 형태도 다양했다.
국내 면 소비량은 식당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즉석면, 유탕면, 생면, 건면, 냉장면, 냉동면 등 종류에 상관없이 전방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보여주듯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면치기’(면을 큰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 것), ‘면식수행’(밥이 아닌 면으로 끼니를 해결), ‘면지순례’(성지순례하듯 면 요리 맛집을 찾아 다님) 등과 같은 유행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면 간편식을 먹는 인증 사진 혹은 먹방(먹는 방송) 등 동영상으로 공유하는 것도 디지털 시대 놀이 문화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최근 면 요리 수요 증가 요인으로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확산세 영향에 따른 ‘집밥’(집에서 밥먹기)과 ‘혼밥’(혼자 밥먹기) 트렌드가 꼽힌다. 가정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밀키트 등 가정용 간편식 시장이 확대됐는데 면 제품 역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20억원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 규모는 3년여 만인 현재 100배가량 급증하며 쌀을 주원료한 밥을 대체할 가공식품이 다양해졌다. 이에 면 시장 역시 기존 인스턴트 등 즉석식품 일색에서 벗어나 누구나 가정에서 간단 조리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셰프(요리사) 수준의 면 요리 간편식까지 다양하게 선보여지고 있다. 편리함과 맛은 물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 ▲면사랑 냉동팩면 제품 9종.(사진=면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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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장인기업 ‘면사랑’이 새롭게 출시한 ‘새우 튀김우동’, ‘차슈 돈코츠 라멘’, ‘베트남 양지 쌀국수’ 등 HMR 냉동면은 세계 면 요리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초간편식 제품이다. 1인분 형태의 냉동팩면으로 제조해 라면을 잇는 프리미엄 간편식을 표방한다. 미식여행을 좋아하는 MZ세대를 비롯해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마트 HMR 브랜드 ‘피코크’는 일찌감치 지난 2013년부터 유명 맛집과 협업을 통해 ‘고수의 맛집’ 밀키트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1961년 개업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서울 3대 메밀면 전문점 ‘유림면 냄비우동’, 이준 셰프의 생면 파스타 레스토랑 이름을 딴 ‘도우룸 까르보나라 파스타’, 이 밖에 미쉐린 가이드 선정 맛집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밀키트 제품을 전국 이마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선보인 면 밀키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출시 100일여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넘어서는 등 프리미엄 면 요리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중식당 ‘호경전’의 대표 메뉴를 27년 경력의 호텔 셰프가 직접 가정용 밀키트로 개발해 재현한 제품이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초(超)개인화된 일상에서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아 여러 시도를 하고 프리미엄 가격도 기꺼이 지불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라며 “코로나 상황 속 ‘집밥 2.0시대’를 맞아 간편식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특장점을 보유한 제품과 브랜드가 우위를 선점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