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이 반도체 업체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향후 최소 3~4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판매 31%(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글로리아 취엔 무디스 연구원은 “수입 반도체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업체 육성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한국 업체들이 기술력·노하우 측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고 중국 업체들이 비용 경쟁력에서 뒤지는 점도 또 하나의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카드, 스마트폰, 서버·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 전략 추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 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외국 선두권 업체들과 경쟁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급구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업체와 비교해
삼성전자(005930)(Aa3·안정적)나
SK하이닉스(000660)(Baa3·긍정적)는 지난 수십년에 걸쳐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글로리아 취엔 연구원은 “신규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상용화를 위한 지적 재산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 뿐 아니라 요구되는 자본투자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양산을 시작하기까지 2~3년이 소요될 텐데, 그동안 외국 선두 주자들은 더욱 진보된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축인 낸드(NAND)와 디램(DRAM) 시장 중 디램은 기술력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국 업체 진입이 조금 더 용이할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 3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설비투자는 양사 합산 약 120조원에 달하고 올해 투자 규모는 52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재무적 완충력과 우수한 현금흐름이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경쟁력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