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불러온 유가 폭등…하반기도 이어질까

국내 유가,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째 오름세
러-우 전쟁 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
“산유량 감소·수요 회복 등에 고유가 유지 예상”
  • 등록 2022-06-08 오후 5:03:05

    수정 2022-06-08 오후 9:30:4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기한 총파업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고(高)유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원유 공급이 팍팍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 완화로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평균 대비 22.74원 오른 리터당 2035.74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전주 평균보다 19.56원 오른 2027.96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국내 유가 오름세는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한 배경에도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가 있다. 화물연대는 유가가 급등하자 운송료가 연료비 등에 연동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안전운임제’를 유지해달라고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최근 경윳값 상승으로 운송비 부담이 커졌는데도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된 주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러나 화물연대의 파업까지 불러온 국내 유가의 오름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57달러를, 두바이유는 배럴당 115.60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가 지난 2일 원유 생산량을 기존보다 50% 늘려 하루 64만8000배럴씩 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유가 오름세를 막진 못했다. 합의된 증산 일정이 오는 7~8월 두 달에 그치는 데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줄어드는 원유 공급분을 메우지 못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가 러시아의 산유량 감소와 여름철 수요 증가를 고려, 증산에 합의해 숨통이 한층 트이긴 했으나 한시적 대응에 불과하다”며 “러시아의 산유량 감소와 수요 회복 등으로 유가가 의미 있게 내려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4월 하루 평균 100만여배럴씩 감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시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유가 오름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지난 몇 년간 억눌렸던 이동 수요가 올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폭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제유가가 올여름을 지나면서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러시아 감산과 중국의 수요 회복에 따른 수급 불안이 유가를 끌어올려 오는 7~9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리란 예상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도 3분기 브렌트유가 평균 배럴당 130달러에 도달하리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타난 유가 오름세는 원유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적극적인 증산 조치 없인 공급 부족이 조기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본격적으로 미국·유럽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수요가 늘어나면 수급 불균형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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