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금융권 노조출신 2인이 당선을 확정하면서 금융권 ‘지배구조’ 정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당선자 모두 과반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인 소속인데다, 노조 활동 당시 지배구조와 금융공공성 정책에 관심이 깊었던 인사다.
|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자가 4월 초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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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총선 결과에 따르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 병)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당선인 명단에 올랐다. 두 당선자의 공통점은 ‘금융노조’ 출신이라는 점이다.
금융권 내 노동운동가 출신인 박홍배 의원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노조에서 위원장 재임 당시 총파업을 주도했고, ‘노조이사제’, ‘우리사주조합장 직선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대 접전지로 평가받는 평택병에 출마한 김현정 의원은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 의원은 전국사무금융노조에서 의원장과 비씨카드 위원장을 지낸 인사로, 사무금융 내 ‘우분투재단’을 세운 대표로도 유명하다. 우분투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슬로건을 걸고 사회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내세운다. 이재명 의원이 대선 운동을 하던 2022년 당시 캠프 노동본부로 우분투사업단이 출범했다.
반면 금융권 출신 인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예금자보호제 개선’ 등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윤창현 전 의원(대전 동구)과 김용태 전 의원(경기 평택 병)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밀렸고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금융권 출신 인사로 분류됐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고,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금융권 노조 출신들이 당선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업계에선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행·국민은행 노조 등이 수년간 추진해온 노조의 이사회 진입이나 각종 금융 공공성 강화책이 대표적이다. 또 소상공인 지원 정책 등에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홍배 당선인이 금융시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던 만큼 금융 공공성과 금융 노동자 목소리 대변 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불씨가 꺼진 노조추천이사제 등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고 상생 확대에 대한 요구도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김현정 의원을 오랜 기간 지켜본 금융노조 관계자도 “김현정 전 위원장이 재임했던 시절 금융경영에 대한 책임과 금융지주 회사에 대한 문제점 등을 공론화했다”며 “특히 금융지주 산하에 있는 그룹사에 대한 관심이 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에 금융권은 국회에서 활동할 상임위원회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정책을 결정하는 정무위원회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업계에서도 노조 위원장 출신만 당선되면서 금융권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더욱 작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정무위나 환경노동위원회 등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있어서 국회 상임위 배정 절차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총선에서 김현정 민주당 평택병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됐다. (사진=김현정 당선인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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