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이하 KAI)이 말레이시아 공군과 FA-50 경(輕)전투기 18대 수출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9억2000만 달러로 한화로 1조 2000억 원 규모다.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국제 해양·항공 전시회(LIMA) 2023’ 현장에서 강구영 KAI 사장과 다토시리 뮤에즈 말레이시아 국방사무차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경전투기 및 전술입문훈련기 1차 도입 사업에서 올해 2월 KAI의 FA-50을 선정한 이후 우리 군 당국 및 KAI와 지난 3개월간 항공기 납품과 후속지원 등 세부 내용을 협의해왔다.
| 말레이시아 국제 해양·항공 전시회(LIMA)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종섭(왼쪽 두 번째) 국방부 장관이 23일 한-말레이시아 국방장관회담을 마치고 FA-50 최종계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
말레이시아에 납품될 기종은 기존 FA-50에 연료탑재량과 무장을 늘리고 최첨단 에이사(AESA) 레이더를 장착한 개량형이다. 이에 더해 KAI는 말레이시아에 현지 조립 생산과 항공정비(MRO)센터 건립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번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양국 국방·방산협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2차 도입과 연안임무함 사업 등 향후 말레이시아 군이 추진할 전력 증강 사업에서 한국 방산업체의 참여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하마드 하산 장관의 지지와 관심을 요청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운용 항공기 기종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FA-50이 1차 기종으로 선정돼 2026년부터 진행되는 18대 규모 경전투기 2차 도입 사업도 FA-50이 될 가능성이 크다. 2차 사업까지 성사되면 KAI가 전세계에 수출한 KT-1, T-50계열 등 국산 항공기는 총 240여대로 확대된다. 이에 더해 말레이시아 해군은 연안임무함 2차 사업으로 2000톤급 3척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한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는 FA-50과 운용 호환성이 좋아 동남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팀도 이번 에어쇼에 참가해 T-50 항공기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3일 말레이시아 국제 해양·항공 전시회(LIMA) 개막식에서 랑카위 공항 상공에서 에어쇼를 선보이며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 홍보에 나섰다. (사진=공군) |
|
또 전력화 10주년을 맞은 수리온 헬기의 경우에도 우리 군은 물론 관용헬기로 약 200여대가 운용되며 성능과 후속지원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져 헬기 교체 수요국들이 검토하고 있는 기종이다. 실제로 이번 LIMA 2023 전시회에서 각국 해군 관계자들이 상륙공격헬기와 소해헬기 등 다양한 해양 플랫폼으로 파생된 수리온에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미국·러시아·프랑스에 이은 세계 ‘빅4’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30억 달러 안팎이던 연간 방산 수출액은 2021년 72억 달러로 2배 이상 뛴데 이어 2022년 폴란드와 124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17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7년 중국·독일·이탈리아·영국을 제치고 글로벌 방산 수출 4강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방위산업 수출액 역시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지원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 장관은 FA-50 최종계약식 이후 KAI 전시장을 방문해 “우리 정부가 방산수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K방산 수출이 다양한 국가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납품시기 조정, 규제완화, 금융지원, 후속 군수지원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