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비금융부문 올해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조2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3.9%에서 3.1%로 0.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지웅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투자·소비심리 위축, 경기 부진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자동차·부품과 철강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저하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20년 6월 말 누계 기준 현대차(005380)의 도매판매는 전년 대비 24.7% 감소했고, 기아차(000270)는 15.4%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자산비중이 비금융부문 연결 기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부품사들까지 포함할 경우 비금융부문 매출과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내수시장의 선방에도 선진시장의 수요가 예년 수준만큼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신흥시장의 경우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와 기아차 연간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차의 현금유동성비율은 169.8%, 기아차는 137.7%로 단기성 차입금과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상회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모두 이익창출능력이 저하됐지만 우수한 재무역량은 양사의 신용도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부품 계열사들도 현대차 중국공장, 기아차 멕시코, 인도공장 등 신규 해외 공장 동반 진출에 따른 투자가 지속되면서 합산 차입금이 2013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나 현대모비스(012330)의 자본축적과 풍부한 현금유동성 등에 기반해 부품 계열사 합산 재무레버리지 및 커버리지 지표는 우수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철강부문도 올해 1분기 순차입금이 11조3000억원까지 늘어났지만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103.9%, 37.7%로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현대건설(000720)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6000억원으로 순현금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20.4%, 14.9%로 유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금융부문은 코로나19에도 전 계열사가 고른 성장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금융부문은 올해 상반기에만 5280억원의 영업이익과 43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91%, 25.30%의 성장으로 이익창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은 캡티브 물량 및 수익기반 다변화에 힘입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시현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18년 이후 운용수익률 하락, 대손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경상적인 수익성 저하가 지속됐으나, 최근 들어 대손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경상적인 수익성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 2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4% 늘어 실적 개선이 가장 두드러졌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고강도 비용 효율화 노력이 동반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001500)도 같은 기간 40% 이상 늘어난 75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전반의 신용위험이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으나, 개별 업체의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 대한 대응능력과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